최저임금 파장…소상공인 "불복종" 반발에 노동계도 불만
사용자측 "영세·중소기업 존폐기로"…편의점주 "동맹휴업·심야할증·카드거부"
노동계·시민단체 '실망·유감', 민노총은 최저임금법 재개정 강경 투쟁 예고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의 밤샘 논의 끝에 14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됐지만, 사용자나 근로자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해 앞으로 파장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거세게 반발한 이들은 사용자 측 중에서도 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은 이번 결정에 불복하는 '모라토리엄'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인건비 상승의 원가 반영을 업종별로 진행하겠다며 가격 인상과 동맹휴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즉각 성명을 내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사실상 불복종을 선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소속된 편의점가맹점주들은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해 월 하루 공동휴업을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심야할증·카드 결제 거부 등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내놓았다.
다른 사용자 단체도 영세·중소기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미 영세기업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비난했다.
사용자들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사업 종류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했으나 애초 요구한 시급 8천680원으로의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요구를 정치권과 정부에 더욱 강력하게 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 해도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강력한 최저임금법 재개정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우려했던 바이지만 결과를 보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외형상 두 자릿수 인상이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 효과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 수준도 역대 최악"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내건 노동존중 정부의 슬로건이 낯부끄럽다"며 "지난해 16.4% 인상 이후 정부와 여당은 자본의 공세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도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급 8천670원가량이 돼야 했다"며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8천350원으로는 저임금·장시간 노동구조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조원 한도 내에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집행할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다음 주 중 발표할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통해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간접지원도 늘릴 예정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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