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마친 文대통령 앞 산적한 과제들…'돌파구 찾기' 고심

입력 2018-07-14 12:04
수정 2018-07-14 13:47
순방마친 文대통령 앞 산적한 과제들…'돌파구 찾기' 고심

5박6일 인도·싱가포르 방문 '강행군'에 주말 휴식 취할 듯

'아슬아슬' 북미협상·암운 낀 경제상황에 해법 찾을까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5박 6일간의 인도·싱가포르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 14일 현재 각종 과제가 산적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주말인 14∼15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여정, 녹록하지 않은 경제 상황 등 굵직한 국내외 현안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동력을 이어가는 게 문 대통령의 첫 과제로 꼽힌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원칙에는 남북미 3자 간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방안을 놓고 지난 6∼7일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회담에서는 미국의 '일괄타결 프로세스'와 북한의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이 서로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주도해온 '종전선언'을 두고도 이견을 노출했다.

협상의 '촉진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 중 북미 양측을 향해 강한 어조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북미 간 흔들림 없는 비핵화 협상을 강조했다.

북미 양측을 향해 '비핵화 속도전'을 압박하는 동시에 '비핵화 여정'에 있어 문 대통령 역시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미 정상 간 합의가 반드시 실행되도록 싱가포르와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점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영국 방문 중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장기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최근 북미 간 협상 동향을 점검했다. 북미 양측에서 발신되는 메시지를 예의주시하며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먹구름이 드리운 경제 상황 역시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무거운 과제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직후부터 경제부문에 대한 고강도 '드라이브' 의지를 표명해왔다.

지난달 26일에는 경제수석·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경제라인을 교체하며 그동안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받는 경제·고용 분야에 한층 힘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나아가 지난달 27일에는 규제개혁이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전격 연기, 가시적인 성과를 내달라고 강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지표들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11일 발표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6천 명에 그치며 5개월 연속 10만 명 안팎 수준에 머물러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흐름을 이어갔고, 한국은행은 이튿날인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에서 2.9%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제·민생 정책 챙기기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당정협의 등을 거쳐 다음 주 발표될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삼성의 새 휴대폰 공장을 방문하는 등 '기업 힘싣기' 행보를 보여준 점을 들어 하반기 경제정책에 기업 친화적인 성격이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원구성 합의에 따라 정상화한 국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둔 민생·개혁 과제가 실천으로 옮겨지려면 결국 국회의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정은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 대야(對野) 설득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이르면 이달 안에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개각의 경우 김영록 전 장관이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에 당선돼 공석 중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인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다른 부처의 장관도 교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지방선거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현재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농식품부를 비롯해 1∼2개 부처의 장관을 바꾸는 '소폭 개각'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한 달 사이에 여러 요인이 겹쳐 적어도 3∼4개 부처 장관이 교체되는 '중폭 개각'이 단행될 거라는 전망도 점점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청와대 역시 비서실 전체 업무를 조율하는 비서관을 신설하는 방안과 새로운 분야의 비서관 신설, 일부 비서관의 업무통합 등 다양한 선택지들을 저울질하며 개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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