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단괴롭힘 빌미 준 학생도 가해자 수준 징계 타당"

입력 2018-07-15 09:05
법원 "집단괴롭힘 빌미 준 학생도 가해자 수준 징계 타당"

폭행·괴롭힘으로 번진 '장난 고백'…재판부 "원인제공 학생도 책임 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학교 내 집단괴롭힘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행동이 벌어질 빌미를 주고 분위기를 조장했다면 가해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받는 게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중학생 A군이 학교장을 상대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군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친구 B군에게 벌칙으로 '장난 고백'을 하라고 했다. 실제 감정과는 무관하게 또래를 찾아가 호감이 있다고 고백하라는 요구였다.

B군은 장난 고백의 상대로 장애가 있는 학생을 골랐고, 이 사실을 다른 학생들도 알게 되면서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상황은 금세 집단 괴롭힘으로 번졌다.

몰려든 무리 가운데 몇몇이 장난 고백의 대상이 된 학생을 때리고 자리를 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사건을 두고 학교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를 A군을 포함한 6명에게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서면사과 등의 징계를 내렸다.

A군은 장난 고백의 상대로 피해 학생을 직접 지목한 것이 아니고, 괴롭히는 데 가담하지도 않았다며 다른 가해 학생들과 비슷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A군의 행위도 학교폭력에 해당해 징계 사유와 필요성이 모두 인정되고, 처분이 잘못에 비해 과중하거나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에게 장난으로 고백하려는 것을 만류하지 않은 채 일행과 함께 피해 학생의 반으로 가서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모멸감과 공포를 느낄 상황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이후 과정에도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은 다른 학생보다 책임의 정도가 중하면 중했지 가볍다 할 수 없다"면서 "처음부터 피해 학생을 지목하지 않았다고 해도 학교폭력 행위의 심각성이나 고의성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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