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뻔뻔해지는 중국 '짝퉁 예능'에 속수무책

입력 2018-07-13 15:56
갈수록 뻔뻔해지는 중국 '짝퉁 예능'에 속수무책

'윤식당'·'쇼미더머니' 이어 '미운 우리 새끼'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중국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 표절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지만 한국 방송사들은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난 7일 중국 최대 위성방송사인 후난TV는 '아가나소자'(我家那小子)라는 예능을 내놨다. 제목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SBS TV '미운 우리 새끼'의 표절판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홀로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일상을 그의 어머니들이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며 토크를 나누는 포맷이었다. 여성 MC가 한 명 더 있는 것을 제외하면 진행 방식이 똑같다.

이에 대해 SBS는 13일 "중국에 '미운 우리 새끼'의 포맷을 수출한 적은 없다"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더 자세히 알아보고 대응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해 당장 표절에 강력하게 항의할 방법은 없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국내 예능 표절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후난TV는 이미 SBS TV '판타스틱 듀오'를 본떠 만든 '아상화니창', tvN '삼시세끼'와 비슷한 '향왕적생활', 그리고 '윤식당'을 그대로 빼닮은 '중찬팅' 등 여러 표절 예능을 내놓은 전력이 있다.

특히 외국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포맷의 '중찬팅'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시즌2 방송까지 예고했다.

이밖에도 JTBC '효리네 민박', 엠넷 '쇼미더머니', SBS TV '신의 목소리'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국내 예능을 표절한 사례가 한한령(限韓領·한류 제한령) 이후 판권 구매가 어려워진 틈을 타 더욱 급증했다.



다양한 포맷을 '도난'당한 나영석 CJ ENM PD는 과거 한 기자간담회에서 "한한령으로 양국 관계가 딱딱해지면서 정품 포맷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이 된 것 같다. 양국 관계가 풀리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한한령 분위기가 그나마 완화된 최근까지도 중국의 표절 행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 방송사들은 국제 방송 프로그램 마켓 행사에 표절한 예능을 들고 나가 타국에 판매하는 뻔뻔함까지 보인다.

한가지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은 해외의 무분별한 표절을 막기 위한 근거 규정이 명시돼 외교부 등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과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표절을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결국 '외교문제'기 때문에 입법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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