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면 내수 확대'는 옛말…"2010년 이후엔 파급효과 감소"

입력 2018-07-13 15:25
수정 2018-07-13 16:36
'수출 늘면 내수 확대'는 옛말…"2010년 이후엔 파급효과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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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해외 직접투자 증가·산업구조 변화 탓"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 자본 집약적 산업 발달로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둔화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 박종현 차장, 백재민 과장, 유기한 조사역은 13일 한은 조사통계월보 6월호에 실은 '수출의 내수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수출과 내수(최종소비+총 고정자본) 간 상관계수가 1991∼1997년 0.149에서 2000∼2007년 0.081로 하락했으며 2010∼2017년에는 -0.014로 마이너스 전환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수출 증가는 생산 증대, 기업 투자 확대,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 가계 소득 증가,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수출 증가에 비해 내수 증가 폭은 미약해지면서 이 같은 관계가 약화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2010년 이후 설비투자는 수출과 비교적 유사한 흐름을 보였으나 소비와 건설투자는 각각 신용카드 위기(2003∼2004년), 건설경기 호조(2015∼2017년) 등으로 수출과 동조성이 크게 약화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수에서 수입을 뺀 순내수도 수출과 역의 관계가 심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순내수와 수출의 상관계수는 1991∼1997년 -0.251에서 2010∼2017년 -0.832로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이는 수출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동반 증가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수출의 내수 파급효과를 설비투자와 고용으로 나눠 분석했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대체로 같은 방향성을 보였지만 강도는 점차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설비투자 간 상관계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0∼2007년 0.491에서 2010∼2017년 0.267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해외생산이 늘고 가공·중계무역이 확대하면서 과거에 비해 국내 투자에 대한 수출 영향력이 저하했다"며 "금융위기 이후 정보기술(IT) 업종이 수출 증가를 주도하면서 설비투자의 수입의존도가 커짐에 따라 국내 설비생산 기업으로 파급효과도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지속해서 낮아지는 점, 금융위기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미루는 탓이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수출과 고용의 관계도 약화하는 모양새다.

제조업 수출이 10억원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고용자 수인 취업자 수는 1990년 59.9명에서 2000년 13.1명으로 줄어든 뒤 2014년에는 6.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1990년대 이후 주력 수출업종이 섬유제품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전기·전자,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 자본 집약적(노동 절약적) 산업으로 이동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기술발전, 설비 자동화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개선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

보고서는 "IT 업종의 수출이 늘어도 설비투자, 고용이 충분히 증가할 수 있도록 대기업, 중소기업 간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술 개발 등으로 수입 설비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고용 흡수력은 높으나 교역 참여율이 낮은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등 생산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생산자 서비스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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