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성장둔화로 '부채감축 속도조절' 전망
"위험대출 축소규정 발표 연기…국유기업 대출 증가 우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국과의 무역전쟁 및 경제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최근 추진해온 부채감축 정책의 속도를 다소 늦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둔화 및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대처하려고 부채 증가 억제 기조를 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당국이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의 위험대출을 축소하는 계획 발표를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미중 무역 갈등에 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추가 금융 규제가 나올 경우 신용 경색을 유발하고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전면적인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으로 지목된 과잉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정책을 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편 결과 기업과 지방 정부들이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차입하면서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나아가 최근 중국에서는 정부가 대출 관리 외에도 큰 틀의 경제 정책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시 주석은 금융위기 억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국내 수요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5년 이후 중국공산당의 중추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 회의에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고 지도자의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정치국 회의에서는 더욱 완화된 재정 및 통화 정책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7천억위안(약 117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을 앞두고 통화 정책에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당시 인민은행은 추가로 풀리는 자금이 부채 기업의 출자전환, 중소기업 지원 대출 등 특정 목적에 쓰이게 된다면서 기존의 '신중한' 화폐정책이 완화 방향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선쑹청 인민은행 선임 고문은 이번에 완화된 통화 정책이 구체화하면 작년 8.1%였던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올해는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정책 전환을 모색하는 것은 부채 문제 해결을 일단 유보할 정도로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경제 성장의 주요 축인 투자와 소비 증가 폭이 눈에 띄게 둔화한 가운데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도 커졌다.
중국의 1∼5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6.1%로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 수요 척도인 소매판매 역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올해 들어 중국 기업이 갚지 못한 공모채권은 165억 위안(약 2조7천500억원) 규모로 올해 중국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면 수출 감소,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중국 경제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노력에도 부채 문제 해결이 미완에 그친 상황이어서 다시 중국이 돈 줄 풀기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차오핑 JP모건자산운용의 시장전략가는 "중국이 전반적으로 (디레버리징 정책을) 완화한다면 국유기업의 대출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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