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서 추방 러 외교관, '북 마케도니아' 반대시위에 돈 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가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결정한 것은 마케도니아 국호 개정 반대시위에 러시아 측 자금이 지원된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그리스 관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그리스 일부 성직자와 단체 관계자들이 마케도니아가 새 국호로 '북 마케도니아'를 쓰기로 한 것에 항의할 목적으로 최근 개최한 시위를 위해 러시아 측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부는 13일을 시한으로 러시아 외교관 2명의 추방을 결정했다고 이 관리는 전했다. 외교관들이 이미 그리스를 떠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스 현지 언론과 외신은 11일 그리스가 마케도니아와 맺은 국명 변경 합의를 반대하는 시위에 연루된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하고, 다른 2명을 입국 금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 측도 같은 수의 그리스 외교관을 맞추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둘러싸고 27년째 갈등을 겪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지난달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북 마케도니아'로 바꾸는 역사적인 합의안에 서명, 현재 양국 정부가 각각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마케도니아로서는 국호를 바꾸기로 하면서, 그동안 그리스의 반대로 좌절됐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절차를 개시하는 길이 열렸다.
실제로 나토는 전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마케도니아를 30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나토의 팽창이 자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고 간주하는 러시아는 작년 몬테네그로에 이어 발칸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케도니아까지 나토 편입이 유력해지자 이를 심각하게 우려해왔다.
북부에 마케도니아 주(州)라는 지명을 가진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에 대한 영유권을 내포하고, 그리스 역사를 도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웃 나라의 국호를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 대다수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들어간 어떤 이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 마케도니아'라는 합의안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그리스 제2의 도시이자 마케도니아의 중심 도시인 테살로니키를 중심으로 합의안 반대 시위가 최근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가을 '북 마케도니아'라는 새 이름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마케도니아에서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그리스와의 합의안은 마케도니아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편, 게오르게 카트루갈로스 그리스 외무차관은 이날 로이터에 "러시아는 그리스와 역사적으로 우호 관계가 깊은 나라이지만, 모든 양자·다자 관계의 토대이자 주권 수호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국제법 의무를 위반한 사항에 대해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러시아 외교관 추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카트루갈로스 차관은 이어 "우리는 양국의 좋은 관계를 지키길 원한다"며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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