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폐막…트럼프, 무역 이어 안보문제도 '일방통행'(종합)
"독=러의 포로" 비난, 나토 탈퇴 위협하며 국방비 증액 관철
나토 억지력·방위력 증강 내용 담은 '브뤼셀 선언' 채택은 성과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과 북미지역 안보를 책임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12일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이틀째 정상회의를 마치고 폐막했다.
이날 회의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원국 정상들에게 지난 2014년 합의한 GDP(국내총생산) 2%의 국방비 지출 증액을 즉각적으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 회원국 정상들이 예정에 없던 비상회의를 열어 국방비 지출 증액 노력을 배가하기로 서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모두가 그들의 국방비 증액 약속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각 회원국이 약속한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 따라 국방비 지출(증액)에 대한 긴급성이 제기됐다"면서 "오늘 모든 동맹국은 그들의 노력을 배가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즉각 늘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고 내비치며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나는 의회 승인 없이 미국을 나토로부터 탈퇴시킬 수 있지만 이제 그런 조치는 더는 필요 없게 됐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은 매우 굳건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나토 잔류 방침을 밝혔다.
나토는 앞서 첫날 정상회의를 마친 뒤 '브뤼셀 정상회의 선언'을 채택, 오는 2024년까지 GDP 2% 국방비 지출 증액을 달성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며 전 세계 분쟁에서 나토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나토의 억지력·군사력 확대방안에 합의하는 성과를 남겼다.
나토는 또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에 단호한 압박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선 무역과 외교 문제에 이어 안보문제에서도 미국의 일방통행이 재확인됐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 EU를 비롯한 전 세계와 무역전쟁에 들어갔고, 이란 핵 합의와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일방통행한 데 이어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막무가내식으로 몰아붙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천연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 사업'을 거론하며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주장하고 "러시아에 의해 총체적으로 통제받고 있다"고 비난, 독일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 증액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존 국방비 지출 증액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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