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전망 2%대로 낮추고 금리인상 불씨는 살려
올해와 내년 성장률 0.1%P씩↓…금통위에선 금리인상 소수의견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 눈높이를 2%대로 낮추면서도 금리인상 기대감은 살려놨다.
한은은 12일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2.9%와 2.8%로 제시했다.
직전 경제전망 때인 4월에 내놓은 3.0%와 2.9%보다 각각 0.1%포인트 낮다.
이날 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소수의견이 등장하며 연내 인상 전망이 좀 더 힘을 얻게 됐다.
◇ 2년 연속 3%대 성장 기대 시들…성장률 전망 다시 2%대로
한은은 작년 10월 전망 때 올해 성장률을 2.9%를 제시했고 올해 1월에 3.0%로 올린 뒤 4월에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이번엔 도로 내렸다.
한은 성장률 전망은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연구원 전망치(이상 3.0%)보다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는 같다.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기관은 올 성장률을 한은보다 낮은 2.8%로 보고 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도 2.8%로 0.1%포인트 낮췄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한국경제가 지난해 달성한 3%대 성장은 '반짝' 성과가 된다.
한국은 2014년 3.3% 성장한 뒤 2015년과 2016년 2.8%에 그쳤다가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3.1% 성장을 일궈낸 바 있다.
한은이 성장률을 낮춘 배경에는 미·중 무역갈등이 있다.
세계 양대 강국인 미·중은 이달 6일부터 340억달러 규모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미국은 10일(현지시간)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중국은 반격을 예고하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세계 교역 위축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수출 경기가 꺾이는 가운데 이는 더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089% 감소했다. 이달 1∼10일 수출도 작년 동기보다 1.9% 줄었다.
안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5월 취업자 증가 폭은 7만2천명으로 8년 4개월 만에 최저였다. 전날 발표된 6월 취업자 증가 폭도 10만6천명에 머물렀다.
취업자 증가 수준은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한은, 금리인상 의지 재확인…8월 혹은 10월?
성장 전망은 약화했지만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하며 금융시장에는 연내 금리인상이 유효한 카드라는 신호가 전달됐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를 올리면 안된다는 의견까지 늘어나는 추세였다.
금통위 전날에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은은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금융시장에 뚜렷한 신호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견을 금통위 공식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다소 김을 빼려는 모습이었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상승률도 점차 목표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상이 가능한 여건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매파적(금리인상 선호)'인 표현보다는 신중한 발언을 많이 내놨다.
이런 가운데 나온 소수의견이다 보니 지난해 10월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왔을 때와는 금융시장 반응에도 온도차가 있다.
지난해에는 11월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강한 신호로 해석이 됐지만 지금은 소수의견이 실제 인상 결정으로 이어질 시기를 두고 8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일단은 금융시장은 8월 31일 열리는 다음 금통위에 시선을 집중하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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