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판에 독일-러시아 가스관사업 논란 재점화

입력 2018-07-12 11:56
트럼프 비판에 독일-러시아 가스관사업 논란 재점화

美·일부 EU국 "러시아 영향력 확대 수단"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나토정상회의에서 독일이 러시아와 체결한 '노드스트림Ⅱ' 천연가스관 사업을 콕 집어 비판하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유럽 내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기업인 가스프롬이 추진하는 '노드스트림Ⅱ'는 러시아부터 독일까지 발트해를 관통해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노드스트림Ⅰ' 파이프라인에 새로운 두개의 파이프라인을 더 뚫는 이 작업이 끝나면 러시아산 가스가 독일을 포함한 유럽국가로 바로 공급되며 공급량도 대폭 늘어난다.

가스프롬은 향후 20년간 유럽연합(EU)의 가스 수요가 1천200억㎥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현재 가스 총 수요량의 약 41%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에서 35%, 북아프리카에서 12%, 그외 LNG 공급자로부터 12%를 수입한다.





이 사업은 시작 전부터 일부 EU 회원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EU 내부 분열을 가져왔다.

관이 지나가는 영해와 맞닿은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은 건설에 동의했으며 덴마크에선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 사업을 통해 EU 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야체크 차푸토비치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노드스트림Ⅱ는 유럽이 러시아에 자금을 제공하는 예시"라며 이렇게 흘러들어 간 자금이 "폴란드 안보에 반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부터 러시아가 이 사업을 유럽에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노드스트림Ⅱ 사업을 언급한 데는 미 기업도 이 사업의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납품하면 미 기업들의 수출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 기업들은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남미와 아시아 시장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조찬에서 노드스트림Ⅱ 사업을 거론하며 "독일이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고 주장하고,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독일은 가스 공급처를 다변화해왔으며 전체 에너지의 9%만 러시아로부터 조달받는다고 반박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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