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은 '경제 냉전'"…중국, 동맹국 확보하려 안간힘
美 일방주의 맞선 '자유무역 수호자' 자처…서방 각국에 구애
"시장개방이나 제대로 하라" 쓴소리 나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동맹국을 확보하려 애쓰지만,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SCMP에 "미국은 수십 년 전 스스로 세운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는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경제 냉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의 상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일방주의가 승리하느냐의 문제"라며 "중국은 세계 무역질서 수호자로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들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미국 정부의 관세부과 조치로 피해를 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러시아 등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러 애쓰고 있다.
중국은 최근 독일 기업 바스프가 광둥(廣東) 성에 100억 달러 규모의 화학 공장을 짓도록 협약을 체결했는데, 주목할 점은 바스프가 신규 법인의 100% 지분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자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요구해 온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단독 투자를 허용한 것은 대미 무역전쟁에서 독일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지난해 7월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지난 10일 8년 만에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독일로 출국할 수 있었던 것도 유럽 국가를 향한 '구애'의 몸짓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서방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국 시장개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내리고, 약품, 기계류 등의 수입확대 조치를 시행했다. 저개발국의 수출품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관세 면제 혜택을 부여했다.
나아가 금융,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지방 정부나 기업이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은 "중국은 글로벌 경제 체계에서 다른 나라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주의는 결국 패배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복안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SCMP는 진단했다.
중국의 시장개방 약속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고, 단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서방 각국을 아직 지배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유럽 정상회의에서 미국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EU를 회유했지만, EU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EU 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국 정부에 "중국이 무역 파트너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국 국유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을 펴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도록 상호주의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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