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K팝이 지구촌 한국어 배우기 열풍 이끈다"
미국·캐나다大 수강생 '북적'…알제리선 K-팝팬 일상 대화에 한국말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방탄소년단(BTS)과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K-팝을 앞세운 한류 문화의 글로벌 확산이 미국과 캐나다, 태국, 말레이시아, 알제리 등 세계 곳곳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 평가했다.
미국 현대언어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3~2016년 미국 대학에서 언어 전공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어 전공 채택은 오히려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1만4천명으로, 20년 전의 163명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인 듀오링고(Duolingo)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작년 한국어 과정을 만들었고, 2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캐나다의 경우 토론토대학에서는 한국어 수강생이 10년 전 3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150명이고, 수강 대기인원도 넘치고 있다고 한국 역사를 연구하는 안드레 슈미트 교수가 밝혔다.
슈미트 교수는 이러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한국의 팝뮤직과 드라마의 인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곳들을 K-팝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고 슈미트 교수는 덧붙였다.
슈미트 교수는 "아는 학생 한명은 온타리오주의 시골 농장 출신인데, 한국을 알고 싶어서 토론토대학에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15년 전만 해도 없었지만, 유튜브가 외딴곳에 사는 이들에게도 그러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고 슈미트 교수는 설명했다.
심지어 유엔의 한 원조 기구는 중동의 난민 청소년들과 서방의 학생들을 영상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로 연결해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는 매개체로 K-팝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알제리에서는 젊은 K-팝 팬들이 평상시 대화에 한국어 단어와 문구를 스스럼없이 사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 정부는 작년 미국의 유명 사립대인 조지워싱턴대에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세계 50개 국가에 130개의 한국어 교육시설을 설립했다고 BBC는 전했다.
'한류'(Hallyu)라고 칭하는 한국의 문화는 1990년대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해, 오늘날 'BTS'가 세계 주요 뮤직차트의 톱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BBC는 평가했다.
그러나 K-팝 팬들은 한국어가 배우기 만만찮은 언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BBC는 조언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 연수 전문기관인 외교연구원(FSI)은 영어를 모국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를 한국어라고 지목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영국 맨체스터에서 거주하는 박지현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성인과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며 "'안녕'이나 '잘 자'라는 말은 아이들에게 하느냐 어른들에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특히 발음이 어려운 데다 K-팝 가사에는 한국어와 영어가 섞여 있어서 배우는 사람들에게 혼동을 줄 것이라고 박 씨는 덧붙였다.
세계인들이 한국어를 배운 뒤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가 언어를 통해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박 씨는 전망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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