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성희롱 교사 집행유예→벌금형…당연퇴직 위기 면해
법원 "성적 학대 정도 중하지 않고 성적 의도 없어" 감형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제자들을 안거나 어깨동무하는 등 불필요한 스킨십을 해 성적 불쾌감을 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고등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교사는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기소된 교사 A(52) 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인 A 씨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교내나 수학여행지에서 평소 안면이 있는 여고생 12명을 13차례 성희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자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공소사실을 보면 A 씨는 복도에서 마주친 제자를 위로하는 척하며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는가 하면, 제자를 "우리 딸"이라 부르며 손깍지를 끼거나 손목을 잡고 "춤을 춰보라", "머리를 풀어보라", "선생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봐"라고 말했다.
A 씨는 또 "남자인 내가 안으면 성폭행이지만 여자가 안으면 괜찮다"며 제자에게 자신을 강제로 안게 하고, 자신에게 인사한 여학생에게 "인사 잘하네 한 번 안아보자"며 사실상 강압적으로 포옹하기도 했다.
A 씨는 이런 행위가 성적 의도가 없었고 학생 지도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통상적인 수준이며 평소 사제지간으로 친하게 지내, 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학생들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었고 평소 지도방식이 엄해 A 씨 행동으로 불쾌함을 느꼈지만 거부하지 못했다는 일부 피해 학생 진술 등을 고려하면 사제지간 이상의 친분이나 정서적 친밀감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A 씨 행동이 고등학교 교사가 여학생을 상대로 흔히 할 수 있거나 생활지도에 필요한 행동에 해당하지도 않고, 오히려 성적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고 감수성이 예민한 피해 학생들이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당혹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 성희롱 행위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성적 욕망을 충족할 의도에서 한 행동이 아닌 점, 피해 학생 대부분과 동료 교사 등이 선처를 구하는 점,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현재 직위 해제 상태로 알려진 A 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관련 법에 따라 '당연퇴직' 해야 했지만, 벌금형으로 감형된 2심 판결이 확정되면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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