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트럼프 미군철수 언급, 北엔 6월의 성탄 선물 격"

입력 2018-07-12 06:04
수정 2018-07-12 06:13
美 전문가 "트럼프 미군철수 언급, 北엔 6월의 성탄 선물 격"

CSIS 선임부소장 "나토처럼 한미동맹도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향후 수년간 한미동맹이 중대한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미국 내 전문가의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우방국들과 잇따라 대립각을 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책 기조와 맞물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물론 한국과의 관계도 미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이클 그린 선임부소장은 11일(현지시간) CSIS 주최 '미국 동맹의 미래' 토론회에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호주가 가장 탄탄한 동맹국"이라며 "일본이나 호주에 대해선 미국과의 관계를 확신하지만, 한국에 대해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철수 가능성을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을 돌아오게 하고 싶다. 언젠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며 향후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후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는 했지만, 미군철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적잖은 비판이 제기됐다.

그린 부소장은 "최소한 참모진에 사전 언급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고 말한 셈"이라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서는 6월에 성탄절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재빠르게 한반도 내 전략적 영향력을 챙겨갈 것"이라며 "북한도 그런 (군사적) 공백으로부터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 부소장은 "앞으로 몇 년간 가장 큰 과제는 한미관계"라며 "현재의 나토 회원국들과의 관계보다도 더 나쁜 상황에 부닥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는 한미동맹의 근본적 지지기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린 부소장은 "한미동맹이 미·일 동맹과 같은 수준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는지 뚜렷하지 않다"면서 "한국 내에서는 좌우 정치성향에 따라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유럽과도 다소 비슷한 상황"이라며 "여전히 나토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 대해서도 걱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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