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넘는데 전기·물 부족"…이라크 남부 유전지대서 시위

입력 2018-07-11 21:07
수정 2018-07-11 21:24
"50도 넘는데 전기·물 부족"…이라크 남부 유전지대서 시위

실업문제도 한 몫…경찰 발포로 1명 사망하면서 시위 격화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의 최대 유전지대이자 원유 수출로인 남부 바스라 주(州)에서 지난주부터 민생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은 정부에 심각한 실업과 전기·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5일 본격화한 이 시위는 초기엔 수십명 규모였으나 수백∼수천 명으로 점점 불어났다.

특히 이라크 남부는 여름철 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올라가는 데 전력 공급이 부족해 자주 단전되는 탓에 냉방기구를 가동하지 못하고 더위를 식힐 물마저 충분치 않자 화가 난 주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가 번지자 현지 경찰은 이를 진압하려다 급기야 8일 총을 쐈고, 이에 시민 1명이 숨지면서 격화하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뉴스는 11일 "바스라 주에서 유전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주민을 고용하지 않으면 원유 생산을 마비시키겠다고 시위대가 위협했다"면서 "외국 석유회사들이 경비를 강화하고 임원은 다른 곳으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위대는 현지 출신이 아닌 직원을 해고하고 바스라 주 출신의 젊은이를 고용하라고 요구했다"면서 "현지 주민들은 바스라 주에서 사업하는 국내외 석유회사가 뇌물을 주기에 급급할 뿐 지역 경제와 고용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남부의 전력 부족은 최근 이란이 전기 요금 체납을 이유로 전력 수출을 잠정 중단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라크 총리실은 "이란이 자국 내에 전력을 공급하려고 이라크에 공급하던 1천200㎿의 전력을 90% 이상 줄였다"면서 "그런 사정이 단전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와 관련,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10일 시위대 사망 사건을 진상조사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남부 바스라는 다른 곳보다 기온이 높아 전력량을 더 할당하는데도 시위가 그치지 않는다면 (정부를 노린) 정치적 배경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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