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弗 中제품' 美관세에 맞선 중국 대응법은 '선택과 집중'
"보복 불가피" 주장…비관세 '질적 수단' 동원해 응수할 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계획을 밝히자 맞불 대응을 공언한 중국의 셈법이 다소 복잡해졌다.
중국 당국은 16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발효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500억 달러의 4배에 이르는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발표에 긴장과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1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 행위에 대해 경악함을 느낀다"며 "국가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 성명은 또 "미국 행위는 중국과 전 세계를 해칠 뿐 아니라 자신도 해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성을 잃은 행위는 인심을 잃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끝까지 가겠다"고 경고했던 대로 반격을 공언함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무역전쟁 파고가 잦아질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중국 상무부는 과거 미국의 340억 달러 관세부과 발표 당시 즉각 대응 조치를 내놓은 것과는 달리 미국측 발표 후 4시간 만에 성명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보복 조치도 밝히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2천억 달러 관세 부과 계획 발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당혹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은 내부적으로 준비해놓고 있던 보복관세 부과 등 반격 카드를 차례로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주전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 보복관세 부과에 이어 남은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화학제품, 의료설비, 에너지 제품 등 114개 품목에도 관세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중서부 농업지대와 북동부 러스트 벨트를 겨냥한 추가 보복관세 리스트를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등한 규모, 강도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그대로 지키기 어렵게 됐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2천500억 달러 어치 제품은 중국의 연간 대미국 수입 규모(1천299억 달러)의 두배를 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같은 규모로 맞불을 놓기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앞서 예고한 대로 '질적 수단'을 동원한 종합 조치로 미국에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강도를 대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미국이 추가로 관세부과에 나서면 중국도 질적 및 양적 수단을 비롯한 각종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취해 중국 국익과 인민 이익을 결연히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중국에 수입돼 들어오는 미국 제품의 통관을 늦추거나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상대로 감독검사를 강화하는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당시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썼던 것처럼 중국 관광객의 미국 단체관광을 제한하거나 미국 제품 불매운동을 조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밖에도 미 국채 매각이나 대북제재 완화 카드도 거론되지만 사용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중국은 아울러 개방 심화와 수입 확대를 정책적 기조로 계속 이어가고 내부적으로 무역전쟁으로 인한 기업 손실을 보전해주는 등 대책도 강구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EU)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물러설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마준(馬駿) 칭화대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은 "관세부과에 소요되는 2개월의 의견수렴 기간에 각종 불확정적 요인들이 많다"며 "최종 관세부과가 실행될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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