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최다 '금' 도전 남현희 "태환이와 좋은 경쟁 꿈꿨는데…"

입력 2018-07-11 11:44
AG 최다 '금' 도전 남현희 "태환이와 좋은 경쟁 꿈꿨는데…"

박태환과 똑같이 금 6개…무릎 부상 극복하고 5회 연속 출전 눈앞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부담스러워서 말을 잘 하지 않는 선수도 있지만, 전 아시안게임에 나가면 늘 금메달이 목표에요."

한국 여자 펜싱의 대표주자 남현희(37·성남시청)에게 목표를 묻자 여느 때처럼 똑 부러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담금질에 한창인 10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남현희는 "이렇게 목표를 말로 뱉어야 지키려고 더 노력하게 된다"면서 웃었다.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이번이 다섯 번째 아시안게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을 쓸 수 있어서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지난해 삿포로 대회 때 이승훈이 통산 7번째 금메달을 따냈지만, 하계에서는 6개가 최고 기록이다.

현역 선수로는 남현희와 수영의 박태환이 6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현희는 "태환이와 경쟁구도로 가면 동기부여가 많이 될 것 같았다"면서 "한 선수가 딸 수 있는 금메달 수가 수영이 훨씬 많아서 제가 손해 보는 것일 수 있지만 좋은 경쟁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태환이 최근 아시안게임 불참을 선언하면서 남현희가 꿈꾸던 '선의의 경쟁'은 무산됐다.

그는 아쉬움과 함께 "같은 운동선수로서 태환이가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며 걱정도 표현했다.



그 역시 올해 5월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을 받으면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출전을 바라보며 회복에 매달렸고,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전망을 밝혔다.

남현희는 "단체전 마지막 주자로 나가게 돼 부담감이 컸는데, 믿어주신 만큼 경기력이 좋았다"면서 "메달이 나오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지고, 아시안게임에서 만날 상대들을 분석할 기회도 돼 소득이 컸다"고 귀띔했다.

19일부터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이어질 동료들과의 '실전 호흡' 맞추기와 더불어 수술 이후 근력 불균형이 심해진 양쪽 다리의 균형을 키우고, 뻗는 거리를 늘리며 동작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반복연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선수촌에서 만난 날도 남현희는 다른 선수들이 대부분 훈련을 마친 뒤 30분도 넘게 남아 후배와 굵은 땀을 흘렸다.

딸 '하이'가 전화로 "언제 엄마와 매일 같이 살 수 있느냐"고 물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지만, 단 하나의 목표가 다시 그를 훈련장으로 이끈다.

"누군가 펜싱을 알리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제가 아시안게임에 연속 출전하고 금메달도 따면 그 소식을 통해 펜싱을 알릴 수 있으니까요. 은퇴 이후에도 펜싱을 알린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꿈입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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