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번진 G2 무역갈등에 더욱 복잡해진 북미 核협상

입력 2018-07-11 11:00
수정 2018-07-11 11:17
'전면전' 번진 G2 무역갈등에 더욱 복잡해진 북미 核협상

트럼프 행정부, 2천억달러 中수입품에 추가관세 발표해 확전 돌입

美전문가들 "中 최대압박 동참할 이유 없어져…이슈 연계하면 침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전되면서 그렇잖아도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 여파가 드리워질지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양자 대화 형식이지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고려할 때 G2(주요 2개국) 관계가 삐걱거리면 비핵화를 위한 북미 외교 노력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핵 해결의 '키'를 쥔 중국이 무역 문제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치한 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노력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을 넘어 자칫 '훼방'을 놓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0일(현지시간) 대중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이런 시나리오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이날 조치는 미국의 선제공격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한 중국을 향해 재보복을 한 셈이어서 G2 무역갈등의 조기 해소가 더욱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무역 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과 맞선다는 차원에서 '대북 지렛대'를 가동해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앞서 중국이 최근 잇따라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한동안 냉랭했던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여겨졌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비핵화 절차와 시간표를 놓고 이견을 보인 북한을 겨냥해 '최대 압박' 작전을 재가동하려는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최대 경제 후원자인 중국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망에서 이탈할 경우 최대 압박은 유명무실한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날 보도에서 "무역 갈등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의 복귀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는 일을 더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염려했다.

특히 중국의 이탈로 경제에 숨통이 트이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조속한 비핵화' 시간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공을 들이면서도 동시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전포고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에너지 등 수입에 대해 다시 압력을 가함으로써 얻는 인센티브는 제로(0)다.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도 FP에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향해 '다른 분야에서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우리가 북한 정책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따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공개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트럼프는 빌 클린턴 이후 여러 이슈를 교차해서 연계하면서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면서 "만약 이슈를 연계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침몰한) 타이타닉호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북한을 포용하면서 중국을 때리는 '분리대응' 전술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 달 가까이 뚜렷한 후속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배경 역시 중국의 대북 개입 탓으로 의심하면서 이번 기회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신뢰감을 표현하면서도 "대중 무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때문에 협상에 부정적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란다!"며 중국에 경고장을 보냈다.

다만 비핵화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이지 미중 무역전쟁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고 FP는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함으로써 이미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만큼 미국의 대북 압박에 전처럼 협력할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린 부소장은 FP에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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