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운전에 짓밟히는 시선 유도봉…혈세 낭비에 안전위협까지

입력 2018-07-11 10:14
얌체운전에 짓밟히는 시선 유도봉…혈세 낭비에 안전위협까지

차선규제 용도 무분별 설치 지적도…"꼭 필요한 곳에 설치해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원활한 흐름을 위해 도로 곳곳에 설치된 시선 유도봉(차선규제봉)이 일부 얌체운전자들에 의해 파손되면서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선 유도봉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부산에 3만3천581개 설치돼 있다.

정비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에만 2천803개가 정비 되는 등 분기별로 2∼3천개 가량이 정비되고 있다.

이는 수리·청소·교체 등을 포함한 수치로 해마다 시선 유도봉 정비를 위해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시선 유도봉은 주로 운전 부주의로 파손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얌체운전자들이 고의로 짓밟아 파손시키기도 한다.

특히 대형트럭은 시선 유도봉을 밟아도 차량에 흠집이 거의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유도봉을 무시하고 불법 유턴하거나 끼어들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 충장대로 등 화물차 이동이 잦은 부산항 인근 도로에서 시선 유도봉이 곳곳에서 파손돼 방치되고 있다.

파손돼 뽑힌 시선 유도봉 사이로 불법 유턴을 하는 차량도 흔히 볼 수 있다.

시선 유도봉을 관리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특히 대형트럭이 많이 이동하는 도로에서 시선 유도봉 파손이 심각하다"며 "제한된 인력으로 도로 곳곳에 파손된 시선 유도봉을 모두 관리하기 힘들어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곧바로 교체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시선 유도봉이 파손되면서 떨어져나온 부품과 봉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을 헤치기도 한다.

실수나 사고로 시선 유도봉을 파손한 후 운전자가 이를 보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서 시선 유도봉은 운전자의 주의가 현저히 요구되는 장소에 노면 표시를 보조해 동일 및 반대방향 교통류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위험 구간을 예고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시설이다.

본래의 목적은 이처럼 위험 구간을 예고하는 시선 유도의 목적이지만 불법 유턴과 끼어들기, 차선침범, 불법 주정차 등 얌체운전을 막는 용도로 더 많이 설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식명칭은 시선 유도봉이지만 차선 규제봉으로도 널리 불린다.

2015년 1분기 기준으로 부산에 2만5천557개 설치됐던 시선 유도봉은 3년 사이에 1만 개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선 유도봉을 차선을 규제할 용도로 무분별하게 설치해 관리하는 데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본래의 목적에 맞게 차량 흐름과 안전에 꼭 필요한 곳에 설치돼야 한다고 말한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임창식 박사는 "선이라는 규제 자체만으로도 넘어가면 안 되는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위반하니 어쩔 수 없이 시선 유도봉을 통해 차선을 규제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의 성숙한 교통의식이 선행돼야 하고 본래의 용도에 맞게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해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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