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하는 의사·끝까지 버틴 코치…태국 '동굴기적' 만든 영웅들

입력 2018-07-10 22:51
잠수하는 의사·끝까지 버틴 코치…태국 '동굴기적' 만든 영웅들

영국인 잠수사, 생존자 발견·구조계획 토대 세워

태국 전 네이비실 대원 사만의 희생에 안타까움 더해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 동굴에 최장 17일간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등 13명이 전원 무사히 구조되는 기적 뒤에는 눈부신 활약을 펼친 영웅들이 있었다.

우선 실종 열흘 만인 지난 2일 동굴 입구로부터 무려 5㎞가량 떨어진 경사지에서 소년들과 코치가 모두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한 영국인 전문 잠수사들이 있었다.



소방관 출신인 리처드 스탠턴과 영국 브리스틀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하는 존 볼랜던이었다.

전문가 자격으로 현장에 급파된 이들은 동굴 속 바닥을 기고 급류 속을 헤엄쳐 생존자들을 발견하고 향후 구조계획의 토대를 세웠다.

특히 2004년 멕시코에서 홍수로 지하에 9일간 갇힌 영국 병사 6명에게 잠수를 가르쳐 9시간 만에 모두 탈출시킨 스탠턴의 경험은 이번 구조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깜깜한 동굴 안에서 거센 물살을 헤치며 구조활동에 동참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 등 다이버 90여 명이 있었다.

이 가운데 사만 푸난(37) 전 태국 네이비실 대원은 지난 6일 동굴 내부 작업을 하다 산소 부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해군에서 전역한 뒤 태국공항공사(AOT) 보안직원으로 근무하던 사만은 소년들이 동굴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구조작업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번 구조작업 과정에서 나온 유일한 희생자다.

지난 2일 소년들이 발견된 직후부터 10일 모두 구조될 때까지 곁을 지키며 건강을 돌본 호주인 의사 리처드 해리스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하는 그는 동굴 잠수 분야에서 30년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다. 덕분에 소년들이 있는 곳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진입할 수 있었다.

그는 생존자 13명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구조 순위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조 당국은 해리스의 조언을 토대로 본격 구조 첫날인 8일과 9일에 각각 4명씩 우선 구조했고 10일에는 나머지 5명을 한꺼번에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소년들과 함께 동굴에 들어갔다가 고립됐던 코치 엑까뽄 찬따윙(25)도 숨은 영웅으로 꼽힌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동굴 안 수위가 급상승하자 소년들을 경사지 위로 올라가게 해 생존 공간을 확보한 뒤 천장과 종유석에 맺힌 물방울을 마시게 하는 등 기지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칠흑같이 캄캄한 동굴 안에서 두려움에 떠는 소년들을 추스르며 소년들을 모두 내보낸 뒤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엑까뽄 코치는 동굴에 갇혀 있는 도중 소년들의 부모님께 보낸 손편지에서 사죄의 뜻을 밝히고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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