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항공법…국토부는 법을 알았나 몰랐나
진에어 이어 아시아나·에어인천도 외국인 임원등기 사실 뒤늦게 드러나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도대체 국토교통부는 항공법을 관장하면서도 그 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국가기간산업인 항공법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항공 관련 법령을 통해 항공사의 외국인 임원 등기를 금지한 국토부가 정작 아시아나와 진에어[272450], 에어인천까지 줄줄이 과거 외국인 임원 등기 사실을 놓치고 지나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2012년 면허 발급 당시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등기 임원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에어, 아시아나에 이어 에어인천까지 국토부는 외국인 이사가 등재된 사실을 지나친 것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003490]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로 촉발된 진에어 외국인 이사 등재 문제가 다른 항공사로 속속 확대되면서 국토부의 책임론이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이들 항공사의 외국인 등재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이사의 등재는 은밀히 이뤄진 일도 아니었다.
진에어의 경우 조씨가 2010∼2016년 진에어 이사로 등재됐는데, 그가 미국 국적자인 사실은 수차례 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진에어가 2013년 4월 조 전무가 진에어의 사내이사로 등기됐다고 공시했을 때 "공시에 그의 이름이 미국명인 '조 에밀리 리'로 올라와 있으며, 이는 그가 미국 국적이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아시아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는 2004∼2010년 미국 국적자인 '브래드 병식 박'씨가 사외이사로 등재됐는데, 이 내용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2004년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주주총회를 열어 미국 브래드컬(Bradcal)사의 브래드 병식 박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다.
국토부가 조 에밀리 리나 브래드 병식 박 등 외국식 이름만 눈여겨봐도 이들 항공사가 외국인을 이사로 올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단순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법 내용 자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엄중한 사유와 함께 면허취소라는 강력한 제재를 내리는 법령인데, 이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모르고 지나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부는 진에어 논란 이후 부랴부랴 전체 항공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이미 아시아나와 에어인천의 과거 외국인 이사 불법 등재 사실을 파악하고도 쉬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마 진에어뿐만 아니라 두 곳에서 더 외국인 임원이 등재됐었다는 사실을 실토할 엄두가 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뒤늦게 진에어 외에 에어인천에 대해서도 면허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나는 면허취소 요건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과거 이들 항공사의 면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관련 공무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미 진에어 사태와 관련해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수사의뢰, 징계성 인사 등을 벌이며 어수선해진 마당에 또다시 감사가 이어지게 됐다.
국토부는 진에어에 대한 청문 절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면허취소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매우 희박해졌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과거 외국인이 이사로 불법 등재된 사실이 똑같은 3개 항공사에 대해 다른 처분이 내려지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들 항공사에 대한 면허를 모두 취소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 된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폐쇄적인 국토부 항공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국이 항공 업무의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담당 직원이 바뀌는 등 변화가 생기면 업무 연결이 잘되지 않고 다른 부서와 소통도 더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무자는 항공 전문가, 관리자는 일반 행정직으로 나뉘면서 업무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당혹스럽다"며 "국토부도 하루빨리 논란을 해결하고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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