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메시' 정승환, 노르딕스키로 새로운 출발
장애인 아이스하키 접고 노르딕스키 초보로 훈련 시작
"생소하지만 즐기겠다…베이징 패럴림픽 금메달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생소한 종목이지만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해 볼 계획입니다."
지난 3월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간판으로 감동적인 동메달 사냥에 앞장섰던 '빙판 위 메시' 정승환(32·창성건설)이 노르딕스키 선수로 전향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정승환은 지난 11일부터 평창 알펜시아에서 노르딕스키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담금질을 시작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과는 별도로 신인 선수에 포함돼 노르딕스키 초보로 출발한 것이다.
정승환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로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실력파다.
다섯 살 때 집 근처 공사장에서 놀다가 떨어진 파이프에 깔리면서 한쪽 다리를 잃은 정승환은 167㎝의 작은 키에도 총알 같은 스피드와 빼어난 골 감각을 앞세워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빗댄 '빙판 위 메시' 또는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12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차례나 최우수 공격수로 뽑혔고,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때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선정한 '주목할 스타 20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안방에서 열린 올해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도 맹활약하며 한국의 동메달 수확에 앞장섰다.
특히 이탈리아와 3-4위 결정전에서 결승 골을 어시스트하며 1-0 승리를 이끌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간판이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을 접고 노르딕스키 선수로 전향한 것이다.
그는 5월 28일 소속팀이던 강원도청에 사직서를 냈고, 평창패럴림픽 때 크로컨트리스키 7.5㎞ 좌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신의현(38)의 소속팀인 창성건설에 입단해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러나 입단식을 하지 않은 채 6월부터 노르딕스키 선수로 기초 체력훈련을 해왔다.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순발력을 뛰어나지만 노르딕스키 선수에게 더 필요한 지구력과 심폐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그는 신의현처럼 크로스컨트리스키는 물론 사격이 포함된 바이애슬론 등 두 종목을 모두 뛸 예정이다.
지난 11일 평창 알펜시아 도착 후 날씨가 좋지 않아 야외 훈련을 하지 못하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지금은 눈이 없기 때문에 아스팔트 위에서 야외 훈련을 할 예정인데 자신의 발에 맞는 롤러 스키로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핀란드로 20여 일 일정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눈이 쌓인 핀란드의 터널형 훈련장에서 직접 스키 훈련을 하게 된다.
정승환을 지도하는 김광래 노르딕스키 코치는 "정승환 선수가 아이스하키와 전혀 다른 노르딕스키로 종목을 바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사격을 위해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구력 중심의 근육으로 바꾸는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이어 "정승환 선수는 순발력이 좋은 장점을 살려 크로스컨트리 단거리와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종목에서 뛰게 될 것"이라면서 "스피드가 좋기 때문에 늦게 시작했어도 금세 다른 선수들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승환은 "일단 내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게 1차 목표이고, 이후 국제대회에서 메달에 도전한 뒤 4년 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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