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문길 트럼프 가는 곳에 시위대가 있다

입력 2018-07-10 16:42
영국 방문길 트럼프 가는 곳에 시위대가 있다

12~15일 나흘 실무 방문…反트럼프 진영 '일전' 채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영국을 실무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를 몰고 다닐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형식의 시위도 마련돼 런던의 경우 의회 상공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떼를 쓰는 아기로 묘사한 대형 오렌지색 풍선이 뜬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구금시설에 갇혀 부모를 찾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흘러나온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트럼프 모형을 향해 신발을 던지는 행사도 준비돼 있다.

이처럼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인파로부터 환영을 받기보다는 고양이와 쥐처럼 쫓고 쫓기는 게임을 치러야 할 형편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노조와 환경단체, 무슬림, 망명 신청자, 남미 출신 단체 등을 망라한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의 방문을 맞아 '일전'을 벼르고 있다.

영국에서는 10여 년 전 이라크전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열렸고, 당시 시위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보다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겨냥했다면 이번 시위는 트럼프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차이점이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무슬림 국가 출신자들의 미국 방문 금지나 극우 행보에 반감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애초 올 2월 국빈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의 런던주재 미국대사관을 헐값에 팔아치웠다는 이유를 대며 취소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의 방문이 임박하자 영국인들은 국빈방문을 실무방문으로 격을 낮춰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약 185만 명이 서명했으며, 야당 의원 70여 명도 국빈방문 요청 철회를 요구하는 발의안에 서명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 중 대규모 시위대와 맞닥뜨릴 수 있어 다우닝가(총리관저 소재), 버킹엄 궁, 의회 등이 있는 런던 도심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 첫날인 12일 저녁에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출생지인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에서 식사할 예정이다. 물론 이곳에서는 시위대가 그를 기다리게 된다.

트럼프는 식사 후 런던의 미국대사 관저인 윈필드 하우스에서 첫날 밤을 보낼 예정이지만, 이곳 역시 시위대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 트럼프의 휴식을 방해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다음 날 아침 런던 외곽의 총리 별장(체커스)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조찬을 하며, 이후 런던 인근 윈저 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난다.

이날 런던 중심가인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이날이 금요일인 만큼 주중 시위로는 영국 내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시위 참여단체들의 연합체 '함께 트럼프 반대를'(Together Against Trump)을 조직한 샤비르 라크하는 NYT에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가 대표하는 모든 것에 대한 반대를 보여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주말의 많은 시간을 보낼 호화 골프 리조트 '트럼프 턴베리'의 외곽은 물론 글래스고와 에든버러 등 스코틀랜드에서도 시위가 열린다. 스코틀랜드는 트럼프 모친의 출생지다.

지난주 스코틀랜드 타블로이드판인 선데이 메일은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직에 대해서는 깊은 존경을, 미국 대통령들에게는 애정을 품고 있지만, 현직자는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국제적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머리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저녁 출국하며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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