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강익중이 말하는 달항아리와 통일

입력 2018-07-10 16:39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말하는 달항아리와 통일

시와 수필 모은 신간 '달항아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 변의 길이가 3인치(7.6㎝)인 캔버스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강익중(58)이 틈틈이 쓴 시와 수필을 묶은 책 '달항아리'를 펴냈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저 글로 적었을 뿐이라는 뜻에서 "그림 같지 않은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시 같지 않은 시를 쓰려 한다"고 고백한다.

작품 소재는 다양하다. 그중 작가가 그림에 자주 사용하는 '달항아리'에 대한 시가 흥미롭다.

"시간에서의 앞과 뒤도 우리가 정해 놓은 숫자/ 과거와 미래도 결국 한 원에서 만납니다/ 오늘 나는 남과 북이 합쳐져 한 원에서 만나는/ 둥글고 넉넉한 달항아리를 그립니다"

조선시대 백자 중 명품으로 평가받는 달항아리는 아래쪽과 위쪽을 각각 따로 만든 뒤 결합한다. 그래서 좌우가 대칭을 이루지 않고 약간 찌그러져 보인다. 작가는 휴전선을 경계로 나뉜 남과 북이 통일돼 달항아리처럼 원만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책에는 작가가 그린 그림과 사진이 다양하게 수록됐다. 달항아리 그림 옆에는 '이런 화가이고 싶다'는 시를 실었다.

"잿빛 노을에서 어머니 얼굴을 그릴 수 있는/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춤을 출 수 있는/ 나뭇잎 작은 이슬에서 큰 우주를 볼 수 있는/ 비 뿌린 흙바람에서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붓을 들 때보다 놓을 때를 알 수 있는/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는/ 그런 화가이고 싶다"

송송책방. 240쪽. 1만3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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