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 지방의회 '날 샌다'…의장단 선출 놓고 곳곳 파행

입력 2018-07-10 16:10
감투싸움 지방의회 '날 샌다'…의장단 선출 놓고 곳곳 파행

회의장 퇴장·투표 보이콧…다수당 의원끼리 꼴불견·독식 구태 재연



(전국종합=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6·13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주민의 대표로 뽑힌 전국 지방의회가 개원 초반부터 의장단·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압도적 다수당이든 양당 체제이든 상관없이 지방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꼴불견과 구태는 광역·기초 상관없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를 견제하고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지방의원들을 뽑은 지역민들은 지방의회의 이 같은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광역의회인 광주시의회는 10일 의장단 선출도 못 한 채 이틀째 파행을 이어갔다.

전날부터 오전 10시마다 본회의를 열었지만 의장 직무대행인 반재신 의원이 의장단 선출을 하지 않고 계속 정회를 선언한 탓이다.

광주시의회는 전체의원 23명 중 22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채워져 의장단 선출도 내부 협의를 거쳐 조용히 정리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의장 후보를 놓고 두 편으로 시의원들이 갈리면서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특히 반 의원은 의장 후보로 등록했다가 전날 본회의 직전 후보를 사퇴하고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뒤 꼼수를 부렸다.

그는 의장 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후보에서 사퇴하고 의사 진행을 무기로 자기편 의원들을 위한 자리다툼을 상대 후보와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대전 중구의회도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 7명과 자유한국당 5명으로 구성된 대전 중구의회는 민주당이 당내에서 합의해 추대하기로 한 의장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서명석 의원이 한국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당선되자 민주당이 부의장 선출을 보이콧했다.

중구의회는 임시회를 잇달아 열어 부의장 선출을 시도했지만 민주당 의원 6명이 계속 불참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경남 합천군의회도 지난 6일 다수당인 한국당 의원 6명으로만 투표를 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 민주당 3명 무소속 의원 2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무소속 의원들은 투표 전 자신들과 원 구성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의장단 5석을 전부 차지했다.

민주당·무소속 의원들은 원천무효를 선언하며 다시 원 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당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 금정구의회도 의장단 구성을 놓고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 간 갈등이 빚어졌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 5자리를 놓고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5일 한국당이 표결을 강행해 의장과 부의장에 한국당 의원들을 모두 선출하자 민주당은 '한국당 독식'을 비난하는 등 반발했다.

경기 안양시의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바람에 지난 3일 개원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한국당에 운영위원장 자리를 제안했지만 한국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계속됐다.

안산시의회도 지난 2일 의장단을 선출하려고 했으나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검하면서 개원이 늦어지기도 했다.

경남 양산시의회도 지난 2일 의장 선출 직후 한국당 시의원 전원이 퇴장하면서 한국당 보다 1명이 많아 다수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만으로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개원 초반 지방의원들의 자리다툼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반응은 씁쓸하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재민(59)씨는 "시의원들이 자리 놓고 싸우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싸움도 정도껏 하고 서로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아 해결해야지 언제까지 저렇게 애들처럼 고집만 세우고 다투기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지방의회에 비난 성명을 내고 자리싸움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광주의 사회단체인 참여자치21은 "지방의회가 자리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며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후안무치한 구태다. 4년간 이런 의원들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든다"고 비난했다.

박재만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지금은 의장단,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울 때가 아니라, 팍팍하고 암울한 시민을 위해 의정활동을 공부하고 준비해야하는 시기"라며 "감투싸움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더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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