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멸종위기 장수하늘소 주민이 우연히 발견

입력 2018-07-10 14:12
자취 감춘 멸종위기 장수하늘소 주민이 우연히 발견

20년 넘은 연구원도 처음 관찰…광릉숲 유일 서식처

(포천=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천연기념물 제218호인 장수하늘소 2마리가 11일 생태계 보고(寶庫)인 광릉숲에 방사됐다.

장수하늘소는 문화재청이 1968년 곤충 가운데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보호할 정도로 귀하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이 같은 장수하늘소의 증식에 성공해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국내 장수하늘소는 1934년 곤충학자인 조복성 박사에 의해 처음 기록됐다.

그러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1980년대 이후로는 아쉽게도 자취를 감췄다.

수집상들 사이에서는 살아있는 장수하늘소가 해외에서 수억 원에 밀거래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20여 년 뒤인 2006년 초여름. 국립수목원은 한 통의 문의 전화에 들썩였다.

광릉숲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마을주민의 전화였는데 화분에 있는 큰 곤충이 장수하늘소인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직원들은 장수하늘소로 확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년 전에도 수컷 1마리가 발견됐으나 죽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탈진해 기력이 없었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암컷이었다. 장수하늘소 암컷은 몸길이가 6.5∼8.5㎝ 이지만 이번 것은 10㎝로 제법 컸다.

당시 국립수목원 연구원이 "광릉숲에서 23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살아있는 장수하늘소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진귀했다.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를 가까스로 회복시킨 뒤 밀렵을 우려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광릉숲 보존림에 방사했다.



장수하늘소는 워낙 관찰이 안 돼 발견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숲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며 안정됐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장수하늘소는 극상림(생태계가 안정된 숲의 마지막 단계)을 이루는 수종인 '서어나무'에 주로 살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광릉숲에서는 2014년 수컷 1마리, 2015년 암컷 1마리, 2016년 수컷 1마리, 지난해 암컷 1마리 등 4년 연속 발견됐다.

광릉숲 생태계가 안정됐다는 의미이다. 광릉숲의 면적은 2천300㏊로 남한 산림 997만㏊의 0.02%에 불과하지만 서식하는 곤충은 3천925종으로 국내 1만4천188종의 27.7%에 달한다.

광릉숲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관계 기관들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일한 장수하늘소 서식처로 확인되고 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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