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기왕 우승 다크나이트 "공식대국서도 가면 쓸까 봐요"

입력 2018-07-10 13:52
복면기왕 우승 다크나이트 "공식대국서도 가면 쓸까 봐요"

시상식서 가면 벗어…14일 방송에서 공개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정체를 숨기고 기력을 다투는 이색 바둑대회 '복면기왕'에서 우승을 거머쥔 '다크나이트'가 "평소 대국에서도 가면을 써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크나이트는 1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2018 SGM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복면기왕 시상식에서 이같은 우승 소감을 밝혔다.

복면기왕은 MBC 음악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바둑에 접목해 패러디한 대회로, 가면을 쓴 두 명의 기사가 대국하고, 패한 기사는 가면을 벗어 정체를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다크나이트는 일본의 '고네코'(류시훈 9단), 중국 '우내탑당'(황윈쑹 6단)과 '활과제일륜'(당이페이 9단), 한국의 '어반자카파'(신진서 9단)의 가면을 벗겼고, 결승 3번기에서 '방탄유리' 박진솔 8단까지 2승 무패로 꺾으며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다크나이트는 시상식에서 가면을 벗어 정체를 드러냈다. 일반에는 오는 14일 K바둑에서 공개된다.



이의범 SG그룹 회장의 도움으로 가면을 벗은 다크나이트는 특유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마지막까지 가면을 안 벗다가 지금 벗어서 기쁘다"라고 말하며 후련해 했다.

우승 상금으로는 "사고 싶은 게 이것저것 있는데, 상금을 관리해주시는 부모님께 여쭤보겠다"며 웃었다.

다크나이트는 "첫 대국에서는 가면에 적응이 안 돼서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두 번째 대국부터는 점점 익숙해지면서 가면을 쓰고 두는 게 편하더라"라며 "집중도 잘 돼서 앞으로 공식대국에서도 (가면을) 써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특별했던 대국 경험을 전했다.

바둑 팬들은 가면 안으로 보이는 안경 등을 단서로 다크나이트가 누구인지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다.

다크나이트는 '네가 다크나이트가 아니냐'라는 의심을 실제로 많이 받았다면서 "그러면 저는 '다크나이트가 뭐냐'라고 되물었다"며 보안 유지에 힘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들이 많은 응원과 관심을 둬 주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준우승과 상금 2천만원을 차지한 박진솔 8단은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 운이 많이 따랐다. 상대가 저를 몰랐다는 점이 도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솔 8단은 중국의 천야오예 9단, 16강에서 신민준 8단, 8강에서 중국 셰커 5단, 4강에서 중국 장웨이제 9단을 연파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복면기왕에 참가한 기사들은 각자 별명을 직접 지었다.

다크나이트는 영화 배트맨 시리즈, 방탄유리는 영화 아저씨에서 각각 따온 것이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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