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년 전 암석서 고대 색소 추출…원시조류 엽록소

입력 2018-07-10 10:52
수정 2018-07-10 16:58
11억년 전 암석서 고대 색소 추출…원시조류 엽록소

濠연구팀 "먹잇감으론 너무 작아 동물 출현 못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1억년 전의 암석에서 밝은 분홍색의 고대 색소를 추출해 냈다고 과학자들이 밝혔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색소 기록을 5억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호주국립대학(ANU) 지구과학연구대학원의 누르 구엔넬리 연구원은 사하라사막 지하의 해양 퇴적암 지대에서 발견된 검은 암석을 가루로 분쇄해 이 색소를 추출했으며, 분자구조를 분석한 결과 광합성 원시 조류(藻類)인 사이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의 엽록소 분자 화석으로 밝혀졌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최신호에 밝혔다.

이 암석은 석유회사가 약 10년 전 석유시추 과정에서 발견해 ANU 측에 전달했다.

구엔넬리는 "색소 분석을 통해 사이아노박테리아가 10억년 전 바다의 먹이사슬 맨 아랫부분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당시 왜 동물이 존재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아노박테리아가 현재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고있는 조류의 1천분의 1 밖에 안 돼 이를 먹이로 한 동물이 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가 46억살에 달하지만 동물이나 해조류 같은 큰 생물이 출현한 것은 6억년에 불과하다.

논문 공동저자인 요첸 브록스 ANU 부교수는 "6억5천만년 전 조류가 복잡한 생태계 진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급속히 확산하면서 사이아노박테리아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원시 색소 추출 결과를 피부색을 그대로 간직한 1억년 전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을 발굴한 것에 비유하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T렉스보다 10배나 더 오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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