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스페인-카탈루냐, 2년만에 정상회담…해빙 국면
카탈루냐 분리독립 놓고 입장차 재확인했지만, 분위기 '화기애애'
공동각료회의 7년만에 부활…카날루냐 연쇄테러도 공동추모하기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한 달 전 동시에 취임한 스페인 총리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양측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놓고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공동 각료회의를 7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하는 등 대화 가능성을 열었다.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로 꼽혀온 카탈루냐 독립 추진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어느 정도 해빙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9일(현지시간) 마드리드의 총리실에서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하고 2시간 반가량 양자회담을 했다.
스페인 총리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양자회담을 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년간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회담이 끝난 뒤 스페인의 카르멘 칼보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카탈루냐 측이 자결권에 대해 말했고 총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치권과 권력분산을 얘기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헌법질서 수호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이 전했다.
칼보 부총리는 "스페인 헌법에는 분리독립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가능성은 열려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 뒤 "카탈루냐가 독립을 추진하는 것을 안다. 그래도 카탈루냐가 많은 달성 가능한 목표들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카탈루냐가 독립 추진을 과감히 포기할 시 스페인이 자치권을 대폭 확대해줄 용의가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주목된다
다만,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하원의 의석수가 350석 중 84석에 불과해 카탈루냐의 자치권 확대를 위해서는 의회의 제1당인 우파 국민당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회담을 마친 뒤 산체스 총리는 "정치적 위기는 정치적 해법을 요한다. 이번 회동은 관계 정상화를 위한 건설적인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토라 수반도 "오늘 만남은 길고 진지했으며 성심성의껏 진행됐다. 카탈루냐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양자 관계 문제를 다루는 공동각료회의를 7년 만에 부활시키고, 작년 8월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로 15명의 시민이 희생된 사건을 공동으로 추모하기로 했다.
다음 양자회담은 바르셀로나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회담 시작에 앞서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거나 총리실 앞뜰을 잠시 함께 산책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토라 수반은 고대의 카탈루냐 지도책과 카탈루냐의 특산품 술을 산체스 총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는 자신이 주도한 국민당 내각 불신임 투표에 카탈루냐 계열 정파들이 힘을 실어준 것을 의식한 듯 취임 후 카탈루냐 문제에 대해 전임 우파 정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최근 수도 마드리드 인근에 수감된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치인 9명 중 6명을 카탈루냐 지방으로 이감시켜주고, 전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걸어놓은 재정통제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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