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는지' 주민 난동 말리다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죽음

입력 2018-07-09 19:14
'이래도 되는지' 주민 난동 말리다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죽음

경찰 "테이저건 사용할 틈 없었고 흉기 있다는 말 없어 방검복도 안입어"

50대 자상한 경찰, 가족 남겨두고 '영원히 하늘나라로'



(영양=연합뉴스) 김효중 최수호 기자 = 경북 영양 흉기 난동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은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과 맞닥뜨려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낮 12시 39분께 영양군 영양읍 한 주택가에서 "아들이 살림살이를 부수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에 영양파출소 소속 김선현(51) 경위와 오모(53) 경위가 곧바로 달려가 4분여 만인 낮 12시 43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유리창과 화분 등이 깨져 있고 소란을 피운 A(43)씨는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신고를 한 A씨 어머니는 경찰이 도착하자 집 밖으로 몸을 피했다.

김 경위 등은 흥분한 A씨를 달래려 우선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중 A씨가 갑자기 뒷마당으로 뛰어가 흉기를 들고 나왔고, 곧장 경찰관들에게 달려들었다.

테이저건을 차고 있던 오 경위는 미처 장비를 사용할 수도 없는 급박한 상황에 부닥치자 A씨와 바닥을 뒹굴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오 경위는 흉기에 양쪽 귀를 베이는 상처를 입었다.

김 경위도 곧바로 A씨와 오 경위를 떼놓기 위해 나섰다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을 1차례 찔렸다.

A씨는 김 경위가 칼에 찔려 쓰러지자 집 안 자신의 방으로 도망쳤다. 오 경위는 칼에 찔려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김 경위를 발견하고는 응급처치에 나섰다.

이에 김 경위는 "지원 요청을 하라"고 말했고 오 경위는 휴대전화와 무전으로 영양경찰서에 경력 지원을 요청했다. 경찰관 2명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 지 불과 5분여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응급처치를 한 오 경위는 김 경위가 갖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 A씨와 대치했다. 그러던 중 도착한 지원 경력은 오후 1시께 A씨 방 옆문으로 접근해 테이저건으로 A씨를 제압했다.

흉기에 목을 다친 김 경위는 헬기로 안동에 있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병원 치료 중인 오 경위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김 경위와 오 경위가 방검복을 입지 않은 것을 두고 현장 대응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처음 신고 당시 A씨가 흉기를 들고 있다는 내용이 없어 방검복을 착용하지 않았다"며 "방검복은 상황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진술했다. 실제 A씨는 수년 전부터 정신병 치료를 위해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1년 1월 말다툼을 벌였던 환경미화원을 폭행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최근 몇 달 사이에도 여러 차례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전반을 확인한 결과 당시 출동 경찰관들이 테이저건 등 장비를 사용할 틈이 없었던 것으로 본다"며 "A씨는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故) 김 경위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오는 10일에는 영양 군민회관에서 경북지방경찰청장장으로 영결식이 열린다.

kimhj@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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