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버거게이트' 흑역사 딛고 벨기에 새 역사 쓰는 아자르

입력 2018-07-09 17:41
[월드컵] '버거게이트' 흑역사 딛고 벨기에 새 역사 쓰는 아자르

교체 아웃되자 경기장 뛰쳐나갔던 스무살 아자르, 책임감 있는 주장으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에 도전하는 벨기에 대표팀의 선전에는 공수 모두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에덴 아자르(첼시)의 역할이 컸다.

아자르는 조별리그와 16강전, 8강전에서 총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두 차례나 경기 최우수선수(MOM·맨오브더매치)로 선정됐다.

주장으로서도 책임감을 발휘하고 있는 아자르에게도 잊고 싶은 흑역사가 있다.

2011년 발생한 이른바 '버거게이트'(burgergate)다.

10대 시절 프랑스에서 유학한 아자르는 벨기에 연령대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다가 2008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벨기에에선 세 번째 어린 나이(17세 316일)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이듬해 첫 선발출전도 했다.

그러나 2010년 조르주 레이컨스 전 감독 취임 이후 아자르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레이컨스 감독은 아자르가 훈련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데다 수비 임무를 소홀히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의 '버거게이트'는 2011년 6월 발생했다.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아자르는 선발로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60분 만에 교체됐다.

화가 난 아자르는 레이컨스 감독과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그대로 빠져나갔다.

이후 아자르가 터키전이 진행되던 시간 가족들과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모습이 벨기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아자르는 사과했고, 레이컨스 감독도 "어린 선수의 실수"라고 표현했지만 아자르에게 두 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교체에 항의해 경기장을 뛰쳐나갔던 철없는 스무 살의 아자르는 7년 후 황금세대 대표주자이자 책임감 넘치는 주장으로서 벨기에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하고 있다.



버거게이트로 받은 모진 비난이 약이 됐는지 아자르는 대표팀에 복귀한 2011년 10월 A매치 데뷔골을 넣었고 확고한 선발 멤버로 자리 잡아갔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자르는 2골 2도움이라는 기록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브라질전에선 화려한 개인기로 10번 연속 드리블에 성공하며 월드컵 한 경기 최다 드리블 성공 기록을 쌓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장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타고난 리더' 성격은 아니었던 아자르는 경기장이나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불러모아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장 역할에 녹아들었다.

조별리그 파나마전에서 아자르는 전반전 부진했던 팀 동료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하프타임 대화를 나눴고 루카쿠는 후반전에만 두 골을 넣었다.

아자르는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인터뷰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며 "좀 더 직설적이어도 되는 선수들이 있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는 이러한 아자르를 두고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은 "훌륭한 주장이고 진정한 리더"라고 칭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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