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혼란 커지는 '발암물질 혈압약'

입력 2018-07-09 16:50
수정 2018-07-10 14:09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혼란 커지는 '발암물질 혈압약'



판매금지 91개 제품 이틀만에 해제…환자단체·제약사 "식약처가 불안 키워"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중국의 '제지앙화하이'(이하 화하이)가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확인됐다는 소식에 600만명에 달하는 고혈압 환자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섣부른 발표가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 고혈압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환자들은 전화 등을 통해 처방받은 고혈압 치료제를 계속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화 등을 통해 처방받은 고혈압약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다"면서 "우리 병원은 발사르탄 제제를 처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아예 외래 진료실에 해당 원료가 사용된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하지 않아 왔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붙였다. 자체 처방해왔던 고혈압 치료제는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YNAPHOTO path='AKR20180709118800017_01_i.jpg' id='AKR20180709118800017_0101' title='' caption='서울=연합뉴스) 9일 서울성모병원 외래 진료실에 부착된 식약처의 고혈압 판매 중지 관련 안내문. 서울성모병원에서 처방하는 '디오반정', '오로살탄정'은 식약처의 조치와 무관한 제품임을 알리고 있다. 2018.07.09. [서울성모병원 제공=연합뉴스]'/>

국내에 허가된 고혈압 치료제는 성분별로 발사르탄, 로잘탄, 에프로사탄, 텔미살탄, 이베살탄, 올메살탄, 칸데살탄 등을 함유한 제품이 총 2만690개 품목이다.

이 중 발사르탄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571개이며, 문제가 된 중국 화하이의 발사르탄 성분을 사용하겠다고 등록한 품목은 219개다. 제약사는 원활한 원료의약품 수급을 위해 2개 이상의 제조소에서 원료를 공급받겠다고 등록하는 경우도 많아 219개 제품 모두가 해당 원료를 사용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즉, 화하이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을 사용하겠다고 등록하고도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약사도 더러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화하이에서 들어온 발사르탄의 비중도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3년간 전체 발사르탄 총 제조·수입량은 48만4천682㎏이다. 이 중 문제가 된 중국의 화하이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은 전체의 2.8%(1만3천770㎏)에 해당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가 해당 원료의 사용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판매중지를 발표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식약처의 조치가 오히려 환자의 불안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런 조치와 발표가 의료기관이 정상 진료하지 않는 주말에 시행되면서 환자들은 이틀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219개 품목의 판매 및 제조중지 조치를 발표한 뒤 이틀 만인 9일 오전 91개 의약품은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치를 해제했다.

환자단체는 식약처의 발표 시기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고혈압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의 성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기관과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식약처가 병원이나 약국이 모두 문을 닫는 주말에 관련 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서둘러 안전 조치를 해야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리스트를 보고 환자들이 자신이 복용하는 의약품을 확인하게 둘 게 아니라 유관기관과 협조해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를 당국에서 확인하고 의료기관이 먼저 연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제약사는 해당 원료 사용을 등록하고도 생산에는 이용하지 않거나, 실제 제조된 물량은 극히 희박하므로 과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활용해 해당 원료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에 '처방금지' 경고 문구를 등록한 상태다.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의사가 처방할 수 없어 환자들이 사용하거나 유통되는 게 원천 차단된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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