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기로 보이스피싱범 따돌린 농협 부지점장

입력 2018-07-09 16:27
즉흥연기로 보이스피싱범 따돌린 농협 부지점장

제천경찰서 강광성 제천농협 부지점장에게 감사장 전달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고객들이 많아서 인출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 데요"

지난 2일 오전 충북 제천시 화산동 농협은행 제천지점 강광성(55) 부지점장은 은행을 찾아와 돈을 인출하려는 70대 노인이 불안해하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 노인은 자신의 통장에 들어있는 1천800만원을 모두 출금해달라고 강 부지점장에게 재촉했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안절부절못하는 노인의 표정을 확인한 강 부지점장은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강 부지점장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농협이 제작한 안내문을 슬며시 노인에게 내밀며 진정시켰다.

이어 이 노인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보이스피싱범과 통화했다.

보이스피싱범은 "왜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냐. 혹시 경찰에 신고한 거 아니냐"라며 돈을 빨리 인출할 것을 재촉했다.

강 부지점장은 휴대전화 주인인 노인인 것처럼 속여 "은행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출금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는 데요"라며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30분간 강 부지점장은 피해 노인인 척 통화를 했고, 그사이 출동한 경찰에 휴대전화를 넘겼다.

경찰의 확인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였다.

자칫 피해를 볼 뻔한 이 노인은 강 부지점장 덕분에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그는 강 부지점장과 경찰에게 "전 재산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천경찰서는 지난 6일 피해를 예방한 강 부지점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신효섭 제천경찰서장은 "강 부지점장이 전화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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