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여주시 올해 전국 첫 벼수확 기염
첫 모내기한 라이벌 이천시에 속성 벼베기로 역전
(여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최고의 경기미(米)' 자리를 놓고 이웃한 이천시와 해마다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여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첫 벼베기 타이틀'을 차지했다.
여주시는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30분 동안 우만동 소재 홍기완씨의 비닐하우스 1천980㎡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극조생종 진부올벼 1천㎏을 수확했다. 지난 3월 20일 모내기를 한 지 112일 만이다.
전국 첫 햅쌀인 이날 수확한 쌀은 오는 13일 서울 양재 하나로클럽에서 판매된다.
여주시 관계자는 "우리가 이천시보다 올해 모내기는 한 달 정도 늦었지만, 벼베기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하게 됐다"면서 "이천시보다는 하우스에서 벼를 재배하는 기술이 여주시가 좋아 벼를 튼튼하게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주시가 이천시를 언급하며 전국 첫 벼베기 성공을 기뻐하는 이유는 이웃한 두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서 쌀 맛이 가장 좋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경기미 재배지이기 때문이다.
'임금님께 진상하던 최고 품질의 쌀' 명성을 놓고 벌이는 두 지자체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은 각 시의 대표 쌀 브랜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여주시는 '대왕님표 여주쌀'을, 이천시는 '임금님표 이천쌀'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천시가 홍보전에서 한발짝 앞서면서 전국적으로는 이천쌀이 조금 더 유명하다.
두 지자체는 홍보 효과를 높이고자 해마다 전국 첫 모내기를 누가 먼저 하느냐를 두고 경쟁을 해왔지만, 2월에 모내기 하는 이천시가 번번이 승리했다.
이천시가 엄동설한인 2월에 모내기 할수 있는 비법을 2013년 찾아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모내기가 5월 중순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무려 3개월이 빠르다.
이천시는 2013년 이천시를 포함한 인근 5개 시·군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이천광역쓰레기소각장의 폐열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논까지 1㎞가량 관으로 끌어와 수막재배를 한다.
이 덕분에 겨울에도 볍씨를 심어 모내기할 수 있을 정도인 '비닐하우스 온도 20도'를 유지한다.
여주시가 그동안 이천시보다 모내기를 빨리하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2월에는 모내기할 수 없었다.
결국, 전국 첫 모내기 타이틀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천시에 양보한 대신, 전국 첫 벼 베기 타이틀은 여주시 차지가 됐다.
여주시는 지난해에도 이천시보다 앞선 7월 5일 전국 첫 벼 베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이천시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모내기한 벼가 썩는 바람에 제대로 벼 베기를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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