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99.9%·에히메 5.9%…일본 학교 에어컨 설치율 격차 크다

입력 2018-07-09 14:49
도쿄 99.9%·에히메 5.9%…일본 학교 에어컨 설치율 격차 크다

수업시간에 물 마시게 하고 트레이닝 입게 하는 게 '더위 대책?'

교실기준 온도 54년만에 30도서 28도↓…SNS에선 더위 무대책 비난글 봇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쿄도(東京都) 99.9%", "에히메(愛媛)현 5.9%"

일본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실의 에어컨 설치 비율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지역별 초·중학교 교실의 에어컨 설치 비율은 도쿄도가 99.9%, 가가와(香川)현이 97.7%로 거의 모든 교실에 에어컨이 있다.

반면 가장 낮은 에히메(愛媛)현은 5.9%이었고, 나라(奈良)현은 7.4%, 시즈오카(靜岡)현은 7.9%에 그쳤다.

NHK에 따르면 이런 지역별 격차에 대해 문부과학성 담당자는 "돈이 드는 일이어서 바로 냉방을 설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햇빛을 차단하거나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는 등의 궁리를 통해 쾌적한 학습환경을 갖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일본에선 요즘 트위터 등 SNS에 초·중학교 교실의 더위 무대책을 비난하는 글이 넘치고 있다.

"딸이 지난 주 열사병이 우려돼 조퇴했다. 요즘 에어컨 없이 공부하라는 건 무리다", "지바(千葉)의 초등학교는 에어컨을 넣지 않는 걸로 유명하지만 기껏 부채를 준비하라고 한다니 희한한 세상이다", "냉방을 적절히 이용하라며 열사병 예방을 강조하는 메일을 동영상과 함께 보내면서 정작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는 에어컨이 없다니 당국은 대체 뭘하는 거냐"

교실 에어컨 설치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친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所?)시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 도시에서는 자위대 기지에서 가까운 초·중학교가 소음대책으로 에어컨 설치를 추진했으나 시장이 "쾌적하고 편하기만 한 생활을 추구하는 건 문제"라며 에어컨 설치를 중지하기로 결정, 주민과 대립하다가 3년 전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과반이 에어컨 설치에 찬성, 시장이 설치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문부과학성에는 요즘 전국 각지의 교육위원회로부터 "냉방을 설치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문과성이 올해 초·중학교 교실의 바람직한 실내온도 기준을 그동안의 '30도 이하'에서 54년만에 '28도 이하'로 낮췄기 때문이다.

문과성은 기준을 낮춘 이유를 "혹서일 수가 증가한 데다 (기준온도를 30도로 정했던) 1964년과는 달리 에어컨이 보급돼 어린이들이 냉방이 갖춰진 곳에서 지내는 시간이 증가해 덥다고 느끼는 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컨이 없는 학교에서는 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작년 여름 열사병으로 보이는 증세를 호소하는 학생이 속출하자 오후 수업을 중단한 적도 있는 후쿠시마(福島)현 아이즈와카마쓰(會津若松)시에 있는 현립 아이즈공고는 에어컨 설치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올 여름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형 선풍기를 돌리는 것 외에 2가지 대책을 새로 내놓았다.

하나는 수업시간에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복보다 바람이 잘 통하는 트레이닝으로 갈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측은 "올해도 더위가 심하지만 학생들의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학부모회가 에어컨 설치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곳도 있다.

자녀가 사이타마(埼玉)현내 공립고교에 다닌다는 한 보호자는 "공립학교에 진학하면 왜 학부모회가 에어컨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NHK가 사이타마현 교육위원회에 확인해 보니 현립 고교 일반교실의 에어컨은 학부모회가 돈을 내서 설치하고 전기요금과 수리 등에 드는 비용도 학부모회비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교육위원회측은 매달 학생 1인당 1천 엔(약 1만 원)을 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 난로는 현 당국이 설치하고 연료비도 부담하는데 여름 에어컨은 왜 학부모회가 부담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에어컨 설치를 '고향납세'에 의존하려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에어컨 설치율 7.4%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는 나라현 이코마(生駒市)는 지난 4월부터 홈페이지에 "고향납세로 에어컨 설치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고향납세란 고향이나 돕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은 기부액에 대해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고 지자체로선 지방 재정확충 재원으로 삼을 수 있다. 3개월간 14건, 33만 엔(약 330만 원) 정도의 기부가 접수됐다고 한다.

NHK는 미국에서는 교실에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학습효과를 해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면서 교실 에어컨 설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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