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55일' 오라클 노조 "주 100시간 일해도 수당 없어"
결의대회 열어 성실교섭 촉구…"겉만 화려한 외국계 민낯"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파업 55일째로 외국계 IT기업으로는 최장기간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오라클 노동조합이 9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오라클 노조는 "오라클은 겉만 화려한 외국계 IT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라면서 "잦은 야근과 주말 특근으로 주당 70∼80시간, 많게는 100시간을 일하지만 시간 외 수당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지난 10년간 직원의 약 70%가 월급이 동결됐고, 신규 채용을 할 때마다 기존 직원에게는 권고사직을 강요하면서 고용 불안이 일상화됐다"며 "지난해 직원 1천700여명 중에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전면 파업 돌입 후 6차례 교섭이 있었지만, 회사는 미국 본사 핑계만 대면서 '무조건 파업부터 철회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장기 파업을 유도하는 '무대응 고사 전략'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파업 중인데도 사측은 매니저를 앞세워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와 업무 강요를 자행하며 업무 복귀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까지 벌이고 있다"면서 "오라클은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노조와 한국휴렛팩커드 노조 관계자도 참석해 발언했다.
MS 노조 곽창용 사무국장은 "MS에서는 지난해 노조가 생기면서, 과거에 매니저들이 업무 역량을 이유로 직원을 내쫓던 일이 사라졌다"면서 "최근 경쟁사에서 돈을 더 준다 하더라도 노조가 있는 MS에 남겠다는 직원도 늘었다"며 오라클 노조원을 독려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려하게 최첨단을 달린다는 IT산업에서 그것을 움직인 노동은 어떤 대우를 받아왔느냐"면서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사측에 대화를 요청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아셈타워 인근을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파업 이유를 알렸다.
오라클 노조는 지난 5월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해 이날 파업 55일째를 맞았다. 오라클의 파업은 외국계 IT기업으로는 두 번째 파업으로 최장 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앞서 2000년 한국후지쯔가 18일간 파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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