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개혁, 日보다 강도 높고 속도 빨라…완급조절 필요"

입력 2018-07-09 11:29
수정 2018-07-09 11:57
"한국 노동개혁, 日보다 강도 높고 속도 빨라…완급조절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일본도 내년부터 연간 720시간 초과 노동시간 상한규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적했다.

하반기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의 노동개혁은 일본보다 강도가 높고 속도가 빨라서 신속하게 성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부작용도 커서 개혁의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KIEP는 제언했다.



KIEP는 9일 발간한 '일본 노동개혁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에서 지난달 29일 '일하는 방식 개혁'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장시간 노동 규제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등 노동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이번 개혁은 연간 720시간 초과 노동시간 상한규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의한 비정규직 차별금지, 성과중심 보상체계 도입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통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선진국 최하위 수준인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IEP는 한일 양국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 등 유사한 분야에서의 노동개혁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은 소득증가와 일자리 창출이, 일본은 노동력 부족 해소와 노동생산성 향상이 주된 목표라는 게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노동정책이 소득증대를 통한 수요확대를 중시하는 반면, 일본은 노동공급과 생산성 향상 등 공급효율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대비된다는 것이다.

KIEP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보면 한국은 단기간에 큰 폭의 노동시간 단축을 적용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노동시간 단축을 더 긴 이행시간을 두고 탄력적으로 적용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주 최대 52시간 근무이므로 주당 12시간, 월간 48시간, 연간 624시간의 초과근무 상한규제를 적용하지만, 일본은 주간규제가 없고 월간 60시간, 연간 720시간 상한규제를 적용해 한국보다 규제 강도와 경직도가 약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한국은 노동시간 단축 규제 법제화 후 시행까지의 이행 기간이 약 4개월인데 반해 일본은 대기업 적용이 내년 4월로 약 10개월, 중소기업 적용은 2020년 4월로 약 22개월의 이행 기간을 확보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에서도 한국은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수단으로 하지만, 일본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법제도 정비와 이를 토대로 한 노사 간 자율합의와 사법시스템 활용을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

KIEP는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의해 단기간에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일본은 장기간에 걸친 노사협의와 사법제도를 바탕으로 한 분쟁해결 과정을 통해 광범위한 노동자에 대해 차별 해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한국은 단기간에 급격한 인상이 이뤄지지만, 일본은 연간 3% 수준의 인상목표를 설정했고, 지역별 사정을 고려해 인상 폭을 차등화하는 조치도 마련돼 있다고 KIEP는 꼬집었다.

KIEP는 "일본의 노동개혁이 근로의욕과 노동참여, 노동생산성 향상 등 장기적 성장기반 확충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노동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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