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前총리 비자금 핵심, 홍콩-마카오서 당국과 술래잡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정권교체를 부른 전임 총리 비자금 스캔들의 핵심 배후가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며 당국과 술래잡기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출신 백만장자 금융업자 조 로우(37)는 가족 및 측근들과 함께 지난주 홍콩에서 마카오로 출국했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지시로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세탁·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자 행방을 감췄었다.
현지 소식통은 "로우는 홍콩 중심가 아파트를 다수 빌려 약 두 달간 머무르다 며칠 전 마카오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가 빌렸던 아파트들은 한 채당 대여료가 월평균 8만4천 홍콩달러(약 1천2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로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홍콩에 담당팀을 파견했으나 마카오로 도주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로우가 한 달여 전부터 마카오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그가 체포를 피하려고 말레이시아와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마카오를 드나들면서 당국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로우는 마카오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말레이시아인의 마카오 무비자 체류기간은 최장 30일이며 출국후 재입국하는 수법을 써도 세번째부터는 연속 입국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카오 이민당국은 로우의 망명 신청 여부 등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로우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2009∼2015년 45억 달러(약 5조원)의 공적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전 정부는 2015년 1MDB 스캔들의 전모가 밝혀진 이후에도 자금 횡령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로우는 최근까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호화생활을 해 왔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참패해 권좌에서 쫓겨난 나집 전 총리는 이달 초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로우는 말레이 정부가 여권을 말소하자 조세회피지인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대신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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