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우편함서 바퀴벌레약 가져간 노인 무죄…"착오 가능성"
법원 "호수 제대로 보지 않고 가져갔을 가능성 배제 못 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이웃집 우편함에서 시가 160원짜리 바퀴벌레약 1세트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70대 할머니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단독 이영림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75·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31일 낮 12시 51분께 인천시 한 아파트 우편함에서 이웃 주민 B(47)씨의 시가 160원짜리 바퀴벌레약 1세트(6개)와 우편물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우편함을 착각해 바퀴벌레약 등을 잘못 가져간 것"이라며 "훔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아파트 16층에 사는 B씨 집 우편함은 21층에 사는 A씨 집 우편함 바로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벌금 50만원에 그를 약식기소하자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 판사는 "폐쇄회로(CC)TV 동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집 우편함에 같은 우편물이 꽂혀 있었음에도 이웃집 우편물과 바퀴벌레약을 꺼내 갔다"며 "바퀴벌레약은 소독하지 않은 세대 모두에게 나눠준 것으로 세대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편물 또한 수신인이 기재돼 있었는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호수를 제대로 보지 않고 착오로 이웃집 우편함에 든 물건을 꺼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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