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선원 "'쿵'소리 후 선체에 물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뒤집혀"
온몸에 찰과상 있지만 의식은 뚜렷…"에어포켓 덕에 살았다"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갑자기 '쿵'소리가 나고 바닷물이 억수로 밀려오더니 순식간에 선체가 뒤집혔다. 해경에 구조될까지 네 명이 '함께 살 수 있다'고 격려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해상에서 선체가 예인선에 걸려 뒤집혔다가 2시간여 만에 해경에 구조된 새우잡이 어선 선원 이모(58)씨은 '공포의 시간'을 떠올리기조차 두려워했다.
구조된 이씨와 동료 세명은 9일 자정께 군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검진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온몸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지만, 의식은 비교적 뚜렷했다.
사고와 구조소식에 득달같이 달려온 가족들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일부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사고 직전인 오후 7시께 어선 2층 식당에서 쉬던 중 갑자기 '쿵'하는 충격과 함께 몸이 물살에 휩쓸리면서 동료 3명이 쉬고 있던 1층 선실로 내동댕이쳐졌다.
곧바로 선체가 뒤집히면서 선실에도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이씨를 비롯한 선원 4명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모두 의식이 있었다.
선원들은 물이 가슴높이까지 차올랐지만, 뒤집힌 선실 한쪽으로 바람이 들어와 숨을 쉬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
바람이 싣고 온 산소와 선실에 남아 있는 '에어포켓'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씨는 "'함께 살 수 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얼마를 버텼을 때 밖에서 해경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함께 구조된 김모(59)씨는 "'빡~'소리가 나서 옆의 배가 우리 배의 밧줄을 때리고 간 줄 알았다. 옆 동료에게 웬일인가 물어보려고 할 때쯤 배가 뒤집혔다"고 사고순간을 전했다.
선체 전복 후 얼마가 지났을까.
해경 대원들의 목소리와 함께 선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선원들은 "4명이 살아있다. 살려달라"고 큰소리를 외치며 선체를 때려댔다.
대원들은 온갖 어구와 그물을 헤치고 선원들을 차례로 배 밖으로 꺼냈다.
어선이 118t급 예인선과 충돌해 전복된 지 2시간여가 지난 시간이었다.
선원들은 구조 직후 선장 권모(56)씨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알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한 선원은 '사고 직전까지 선장이 조타실에 있었다'고 기억했지만,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경은 선장을 찾기 위해 선체와 함께 선박 외부까지 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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