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도 몇시간전에 자기 일정 알아"…'혼돈의 방북' 취재기

입력 2018-07-09 02:04
수정 2018-07-09 04:05
"폼페이오도 몇시간전에 자기 일정 알아"…'혼돈의 방북' 취재기

블룸버그 기자 "참모진의 적극적인 시도에도 김정은 면담 불발"

"과일바구니 바로 채워지고, 인터넷 빨라…북, 풍요 이미지 보여주려"

취재진 머문 게스트하우스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없어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폼페이오 장관이 본인 일정을 몇 시간 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베일 속에 일정이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풍요와 부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을 동행한 블룸버그 통신의 니컬러스 워드험 기자는 8일(현지시간) 1박 2일 방북 경험을 이같이 요약했다. 앞서 워드험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오찬 식단, 평양 시내의 콜라 판매 등을 실시간으로 전달한 바 있다.

그는 방북 취재기에서 "게스트하우스 방마다 과일바구니에는 바나나·포도·오렌지·배가 담겨있었고,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채워졌다"면서 "인터넷 속도는 빨랐고, 평면 스크린 TV에서는 BBC 방송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국민이 굶주리고 있고 전기가 부족하고 인터넷 접속이나 외국방송 시청이 안 되는 북한의 현실과 대조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머문 게스트하우스에는 "북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도 없었다"고 전했다. 여유롭게 호숫가를 산책할 수도 있었지만 감시원들이 나무 뒤에 숨어서 취재진을 지켜봤고, 게스트하우스 인근의 공사장 인부에게는 접근이 차단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북미 협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부각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었다는 뉘앙스다.

워드험 기자는 "통상 취재진에게 협상 초반 30초가량 스케치를 허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몇 분을 허용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더 많이 올수록, 서로에게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은 철저하게 베일 속에 진행됐다.

워드험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금요일(6일) 오전 10시 54분 평양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거의 없었다. 속소를 포함해…"라면서 "적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악수는 확실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머문 평양 외곽의 게스트하우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애초 생각했던 숙소가 아니었다"면서 "이는 30시간에 채 못 미치는 혼란스러운 방북의 출발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본인 스케줄을 몇 시간 전에서야 알 수 있었다"면서 "참모진들의 적극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드험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이번 방북에서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은둔의 정권과의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워드험 기자는 "북한 방문 며칠 전, 취재진은 북한 입국이 허용되는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았지만, 평양 당국자들은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던 것처럼…"이라는 말로 취재기를 마무리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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