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서 들고 간 폼페이오, 김정은 면담 불발에 '시선집중'

입력 2018-07-07 21:36
트럼프 친서 들고 간 폼페이오, 김정은 면담 불발에 '시선집중'

비핵화 워킹그룹·동창리 실험장 폐쇄 가닥에도 美상응조치 미흡에 불만 추정

美 FFVD와 北 '완전한 비핵화'에 의견차이 클수도…북미, 팽팽한 대립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박 2일간의 평양 방문 일정을 마쳤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지 못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예고하면서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했으나, 예측은 결국 빗나갔다.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도 휴대하고 있었지만, 직접 전달하지 못한 채 협상파트너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건네야만 했던 것으로 알려져 뭔가 좁히기 어려운 '부조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면담이 불발된 것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번 방북이 생각보다 성과가 적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기에 앞서 풀 기자단에게 비핵화 시간표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의 신고 문제를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일단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북미 양측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을 협의할 후속회담을 하기로 했다.

또 오는 12일께 판문점에서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미국이 관심을 가진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세부적인 논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구체성 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합의하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동시적·단계적 접근에 대한 요구 때문으로 분석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6일부터 약 9시간에 걸쳐 회담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이번 회담 결과와 분위기에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7일 오전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어제 심각한 논의를 생각하느라 잠을 잘 못 주무신 것 아니냐"며 뼈있는 인사말을 건넸다.

또 김 부위원장이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나 역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답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은 비핵화 시간표를 짜면서 상응하는 미국의 관계개선 및 안전보장 시간표도 함께 요구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미국의 답이 없자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을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남북대화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북한은 북쪽을 찾는 상대방이 가져온 메시지를 들어보고 최고지도자가 나설지를 결정한다"며 "만약 미국쪽에서 오늘 오전까지 북한이 원하는 답을 줬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은 성사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관계정상화나 제재 문제 등에서 진전된 입장을 원할 것"이라며 "미국쪽에서 이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비핵화 조치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영철 부위원장이 7일 오전 회담 모두 발언에서 "미국과 전 세계 정계에서 우리 회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 발언은 미국 이외에 다른 국가들도 북미회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한 것으로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잇따른 방북으로 관계를 복원한 중국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관계정상화 등에서 속도를 내지 않으면 중국 등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을 시사하면서 압박하고 있다는 것으로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런 압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쪽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시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김 위원장이 면담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표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북한은 사실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평양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안전 보장, 미군 유해송환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확고하다"며 CVID에 대한 우리의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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