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출제 믿을만한가]④학생들 "출제오류 불이익은 우리 몫"

입력 2018-07-09 12:10
수정 2018-07-09 15:58
[내신출제 믿을만한가]④학생들 "출제오류 불이익은 우리 몫"

개학 후 재시험으로 학사일정 차질 빚기도

"1점 차이로 등급 갈려"…"교사들 더 큰 책임감 느껴야"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김예나 기자 = 학교 내신 시험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 결과 처리가 어떻게 되든 그 영향을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도저히 안 풀리는 문제를 붙잡고 시험 시간 내내 끙끙 앓는 것은 물론이고, 시험이 끝난 뒤 문제 오류가 확인되더라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이 커진 후 학생들은 본인의 점수가 낮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지는 데에도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중학교 기말고사에서는 기술·가정 과목 시험 문항에서 보기 문항에 정답이 없는 출제 오류가 발견돼 2학년 학생들 전원이 재시험을 치러야 했다.

학교가 재시험 실시를 결정하면 오류가 있는 문항을 대체할 다른 문제를 출제해 문항당 5분 안팎의 짧은 시간만 주고 시험을 치른다. 재시험은 대개 2∼5일 이내에 치러지지만, 일정이 늦어져 예기치 못한 불편을 겪을 때도 있다.

일례로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작년 12월 14일에 치른 한국사 과목의 재시험을 결정했지만, 학생 일부가 방학을 앞두고 현장 체험학습을 떠난 탓에 이듬해 2월이 되어서야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당시 학교가 배포한 가정통신문에 따르면 한국사 과목은 다른 과목과 달리 재시험 이후에야 성적 산출이 이뤄졌다. '정답 없음' 오류가 성적 관리와 학사 일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재시험에 대한 부담과 거부감이 있다 보니 문제가 된 문항을 제외하고 성적을 산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 대전의 한 고등학교는 3학년 화학 과목 시험에서 오류 문항을 삭제하고 95.7점을 만점으로 처리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역시 2학년 지구과학 과목 시험에서 오류가 발견되자 해당 문항의 배점 3.2점을 나머지 23개 문항에 나누는 방식으로 성적 처리를 '봉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출제 오류가 확인되면 교과협의회·학업 성적관리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최대한 원활히 처리한다고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은 결코 작지 않다.

복수 정답 인정 또는 '모두 정답'으로 정답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상대평가로 내신 등급을 받는 상황에서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박모(16) 군은 "출제 오류로 재시험을 치거나 '모두 정답' 처리된 적만 해도 2∼3번"이라며 "재시험은 너무 쉽게 나와 변별력도 없고,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면 학생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둔 고교 3학년 김모(18) 양은 "사실 출제 오류라는 게 선생님들이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아니냐"며 "학생들이 왜 불이익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시험 출제에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신 비중이 대폭 커지면서 학생들 간 경쟁도 심해진 만큼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에서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출제 오류는 교사의 역량과 양심의 문제"라면서 "내신 시험은 대학 수능능력시험과 달리 학교 내부에서 공적, 공개적 검증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역량 중심 교육 과정에 맞는 문제를 낼 수 있도록 교사들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동료들과 공동으로 시험 및 성적 관리를 검토, 책임지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출제 오류의 대부분은 객관식 문항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여러 사람이 깊이 고민하고 여러 번 검토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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