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임권택作 서울올림픽 기록영화 첫공개

입력 2018-07-06 23:44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임권택作 서울올림픽 기록영화 첫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임권택 감독이 제작한 1988년 서울올림픽 기록영화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으로 임 감독 연출, 도올 김용옥 각본의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가 상영됐다.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작한 3편의 공식 다큐멘터리 영화 중 하나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사무국은 IOC로부터 상영 허가를 받아 프로젝트 밴드 '마이크로 유니버스'가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과 결합해 기록영화를 뮤지컬영화제에 걸맞은 융·복합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시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휴전선의 철책선을 비추며 시작한다. 임 감독은 한국전쟁의 폐허와 올림픽 당시 서울의 풍경을 번갈아 보여주며 '한강의 기적'을 강조하는 데 영화의 초반부를 할애했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과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공수부대가 낙하산을 타고 착지하는 장면을 대비시키며 불과 35년 전 휴전협정을 체결한 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고도성장을 이룩했음을 부각한다.



역대 올림픽 개막식 중에서도 명장면으로 통하는 태권도 격파 시범과 수만 마리의 비둘기가 잠실 올림픽스타디움 하늘을 가득 채운 장면,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의 모습 등은 30년 전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올림픽의 주요 순간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세기의 라이벌' 칼 루이스와 벤 존슨을 비롯해 다이빙대에 머리를 부딪치고도 2관왕에 오른 그레그 루가니스, 달리는 패션모델 그리피스 조이너 등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내레이션은 당시에도 철학적 깊이가 상당했다. 도올은 자기 체중의 3배를 들어 올리는 역도 선수를 보며 "노자는 100근을 들 수 있으면 30근만 들라고 했는데 노자의 충고를 거부하는 이 역사(力士)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힘의 파멸을 보는 것일까, 힘의 승리를 보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제작 직후 IOC에 넘겨져 지난 30년간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영화 제작에는 당시 충무로의 거의 모든 인력이 동원됐다.

임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지낸 김홍준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은 "당시 영화 한 편을 찍는데 3만∼4만 피트의 필름을 사용했는데 이 기록영화를 찍는데 100만 피트가 넘는 필름이 쓰였다"며 "사실상 충무로가 올스톱됐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임 감독은 "어쩌다 보니 30년 만에 공개되는 필름이 됐다. 애써 만들었는데도 완전히 묻히고 말았는데 IOC와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통해 이렇게 선보이게 돼서 너무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당시 영화계에서 저 같은 철학자를 필요한 자원으로 써주신 덕에 대중문화가 무엇이고 사상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서울올림픽이야말로 민족에는 민주의 길을 열었고, 세계에는 평화의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등에서 펼쳐진다.

▲그들 각자의 뮤지컬 ▲더 쇼 ▲트윈 픽스 ▲클래식 ▲싱얼롱 침프 ▲충무로 리와인드 ▲포럼 엠앤엠 ▲탤런트 엠앤엠 등 8개 부문으로 나눠 엄선한 뮤지컬 영화 35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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