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중단 10년…고성지역 관광재개 희망 '솔솔'
400여 개 업소 문 닫고 누적 경제적 피해 3천400여억원
(고성=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금강산 관광중단 10년을 눈앞에 둔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의 한 주민 말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오는 11일이면 어느새 10년이 된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에 무수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재개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고성지역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구경에 나섰던 한 관광객이 이른 새벽 산책하러 나갔다가 장전항 해변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단이 됐다.
사건 이후 정부는 관광객 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즉각적인 관광중단 조처를 내렸고, 관광객은 물론 현대아산과 투자업체 직원들까지 모두 철수해야 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금강산 현지의 우리 시설에 대해 동결조치를 내렸다.
관광중단으로 금강산 현지 시설을 모두 포기해야 했던 현대아산과 투자업체들은 천문학적 손해를 봤고 그 유탄은 고성지역에도 떨어졌다.
금강산 관광과 인연을 맺었던 업체들이 도산한 것은 물론 여행에 나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음식점과 건어물 판매상 등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관광중단 이후 문을 닫은 고성지역의 관련 업소는 400여 곳을 넘고 누적된 경제적 피해는 3천400여억원을 넘는다는 것이 고성군의 분석이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 마을은 그야말로 대표적인 피해 지역이다.
명파리는 금강산 관광 길목에 있는 마을이다.
관광 차량으로 붐볐던 마을 한복판 2차선 도로는 이따금 오가는 군용 차량이 전부고 길옆의 빛바랜 간판과 허름한 건물만이 예전 이곳이 식당이었고 건어물 상점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주민 김모(56)씨는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마을에 활기가 넘쳤는데 이제는 예전 모습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며 "관광이 한창일 때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감자나 옥수수 등을 가지고 나와 도로변에서 팔기도 했고 수입도 괜찮았다"며 옛날을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마을 외곽으로 7번 국도가 새로 뚫린 이후에는 통일전망대 관광 차량도 그대로 통과해 마을은 더 썰렁해졌다"며 "관광이 재개된다 해도 명파리 마을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관광이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파리 인근 마차진리도 대표적인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다.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한 대형식당은 폐건물이 된 지가 오래고 길옆에 늘어섰던 10여 개의 건어물 판매상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금강산 관광객들을 겨냥해 횟집을 개업했던 한 주민은 "개업 1년여 만에 관광이 중단되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본 뒤 결국에는 문을 닫았다"며 씁쓸해했다.
이처럼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지역경제를 짓누르자 고성지역 주민들은 정부에 관광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이어지면서 고성지역 주민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고성지역 주민들은 최근의 남북관계에 희망을 걸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날로 가까워지는 남북관계가 금강산 관광재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바람에서다.
특히 다음 달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예정인 데다가 철도 및 도로와 관련한 남북 당사자들의 왕래가 자주 있을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기대치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지났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약 3천400억 정도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지방세 감소는 물론 관련 업소의 휴폐업 등 부작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다행히 문재인 정부 이후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한 희망이 살아나고 있다"며 "고성지역 주민들은 금강산 육로관광이 반드시 재개되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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