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보복관세 강행 착수…동일 규모·강도로 응수 태세

입력 2018-07-06 14:15
수정 2018-07-06 17:37
중국도 보복관세 강행 착수…동일 규모·강도로 응수 태세

대내에선 확전 피하며 장기전 준비, 대외에선 국제공조 추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의 예고된 관세폭탄 투하에 중국도 예고한 대로 곧바로 같은 규모, 강도의 보복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미국의 관세부과가 발효되자마자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은 세계무역 규정을 위반했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이런 관세부과는 전형적인 무역폭압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가의 핵심 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전에 경고한 대로 1차 미국산 대두, 돼지고기 등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맞대응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 818개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는데 맞서 같은 34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중 양국이 서로 상대에 부과하기로 한 500억 달러 관세품목 중 나머지 160억 달러 품목은 2주 내 부과가 결정된다.

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으로 경제운용상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6% 중반대로 떨어진 감속 성장 속에서 성장의 한 축이었던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호조를 보인 수출에도 직격탄이 가해질 전망이다.

수출 감소는 물론이고 수입에도 차질이 생기며 가공 조립 생산에 필요한 공급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수십 년간 공들여 유치했던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며 외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중국의 대응전략 "확전 피하되 끝까지 응전"

중국 입장은 확전은 피하되 미국이 원한다면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선제공격으로 전면전을 벌이기보다는 미국과 차후 절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행보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그간 "무역전쟁에 반대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무역전쟁을 일으키면 중국도 끝까지 맞서겠다"는 2개 기조를 강조해왔다.

미국의 조치에 같은 규모, 강도로 대응하겠다는 방책도 이 같은 기조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는 관세부과 대상품목이 2천억 달러, 4천억 달러, 5천억 달러로 확대되면서 양적 대응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자 최근에는 질적 수단까지 동원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은 모든 대응 준비를 이미 마쳤다"면서 "미국이 관세부과에 돌입하면 중국도 질적 및 양적 수단을 비롯한 각종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취해 중국 국익과 인민 이익을 결연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 가능성에 대한 내부 각오도 다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대표이자 이번 무역전쟁 사령관 격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최근 "무역전쟁은 실제로는 '중국 굴기'(堀起)를 공격하는 전쟁"이라며 "누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자. 결코,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히 내부적으로 미국의 통상공세 속에도 개혁·개방의 추세를 흔들림없이 이어가고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해나가면서 미국을 추가로 자극할 빌미가 될 것은 피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최근 관영 매체들에 트럼프 행정부가 비판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대한 언급을 삼가라는 보도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한 국제사회와의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시장규칙과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내세워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 러시아, 동유럽, 인도, 동남아 등을 끌어들이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무역전쟁 발발 하루 전인 5일 독일과 불가리아 순방길에 나서는 것도 미국의 강경 무역조치에 대해 유럽연합(EU) 및 동유럽 국가들과 공조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중국과 EU는 다자 무역체계의 수익자이자 수호자"라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국과 EU는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를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의 조기 타결을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연대와 공조를 바라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중국이 이달 1일부터 한국과 인도 등 5개국에서 수입하는 대두와 유채씨 관세율을 3%에서 0%로 낮춘 것은 대두 공급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항미 연대의 손길을 건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만반의 준비 해놨다"…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중국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심상찮았던 미중 무역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대비책을 가다듬어왔다.

중국이 충분한 보복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미국 조치에 맞서 하나씩 꺼내 들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농산물과 자동차를 주축으로 한 중국의 1차 보복관세 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중서부 '팜벨트'(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판돈'을 5천억 달러 수준으로 올린 만큼 대미 수출규모(5천55억 달러)가 수입규모(1천299억 달러)보다 월등히 더 큰 중국이 똑같은 규모로 보복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질적 수단까지 강구한 종합적 조치를 논의하면서 미국을 괴롭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최근 한 대학 좌담회에서 "중국은 희토류, 미국 국채, 중국 주재 미국기업 같은 비장의 무기를 쥐고 있다"며 "하지만 희토류 외에 나머지 2개 카드는 쓰게 되면 중국 경제에도 손실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관세 외에도 다른 카드를 꺼내겠다는 조짐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미국산 과일이나 자동차의 통관 대기시간을 늦추거나 중국 관광객들의 미국행 관광에 경고를 보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법원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상대로 중국 내 판매금지 예비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볼모로 삼아 본격적으로 비관세 장벽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산 수입품의 통관검사를 늦추거나 미국계 자본에 대한 감독관리 강도와 빈도를 늘리고 등록심사를 늦춰 미국 기업의 중국 현지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가오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에 있는 모든 외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해주기 위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구글 등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예측되지만 중국 당국은 정서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조직적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대북제재 완화방안도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거론되지만 사용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가장 큰 무기가 될 '미국 국채 카드'는 쓰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미국 정부 부채의 약 8%에 해당하는 보유 미 국채의 매각에 나서게 되면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자국에도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 가능성은 작다.

아울러 이런 반격, 보복 조치를 노골화할 경우 미국내 거센 반발로 다시 대중공세 강화가 촉발될 것으로 우려해 대응 조치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게 중국 당국의 기본 포석이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이 1차 340억 달러에 대한 관세부과로 서로 힘을 겨뤄본 다음 4차 무역협상을 통해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터진 미중 무역전쟁…미국 관세폭탄에 중국도 반격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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