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TK 지방의회 비한국당 대거 진출…지각변동 예고

입력 2018-07-08 06:35
'보수 텃밭' TK 지방의회 비한국당 대거 진출…지각변동 예고

대구 수성구의회 첫 민주당 소속 의장 기염, 곳곳에서 자리다툼 치열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텃밭인 대구·경북에서까지 흔들리면서 지역 기초·광역의회 의장단 구성에도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극소수였던 비한국당 의원들이 의회 내에서 별 목소리를 못 냈지만 이번에는 이른바 '지분'까지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한국당이 지켜온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기초·광역의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까지 싹쓸이하다시피 해 '일당독재'라는 비난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8대에는 일부 지역의 경우 비한국당 의원이 한국당 의원을 넘어서는 등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구 수성구의회는 이번 제8대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10석, 자유한국당 9석, 정의당 1석으로 비한국당 의원이 그동안 안방마님 행세를 하던 한국당 의원 수를 넘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지난 5일 열린 제224회 임시회에서 제8대 전반기 의장에 더불어민주당 김희섭(61) 의원을 선출했다.

단독 출마한 김 의원은 찬성 16표(기권 3표, 무효 1표)를 얻었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계열 정당 소속 지방의회 의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의장에는 자유한국당 최진태(58) 의원이 단독출마해 당선했다.

한국당 10명, 더불어민주당 3명, 무소속 4명으로 출범한 경북 상주시의회에서는 무소속 의장과 부의장으로 의장단이 꾸려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의장단에 단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의장 선거 1·2차 투표와 3차 결선 투표에서 무소속 의원과 한국당 의원이 8대 8, 기권 1표로 동수를 기록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득표수가 같으면 다선의원으로 당선자를 결정한다는 의회 규칙에 따랐다.

이와함께 상임위원장 3명을 뽑는 선거에서도 무소속 2명과 민주당 1명이 선출됐다.

한국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속 의원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와 경북도 의회에서도 비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마찰음이 나온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2일 259회 임시회에서 의장단을 선출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임시회 공고 절차를 문제 삼아 의장단 표결에 참석하지 않는 등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시의회가 적어도 임시회 사흘 전에는 집회를 공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하루 전에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과반수를 차지하는 한국당이 상임위원회 6석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데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민주당 소속 5명을 빼고 한국당 소속 의원 25명만 표결에 참가해 3선인 배지숙(50)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뽑았다.

부의장 두 자리 중 한자리는 민주당 몫으로 주기로 한 약속대로 재선인 민주당 김혜정(56) 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돼 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대구시의회 의장단에 진출한 첫 민주당 계열 의원으로 기록됐다.

다음날에는 한국당 소속 의원들만 모여 상임위원장 6석을 모두 차지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5일 임시회를 열어 의장에 한국당 장경식, 부의장에 같은 당 배한철· 김봉교 의원을 선출했다.

선거에 앞서 60석 가운데 41석인 한국당 의원들이 장 의원을 의장 후보로 확정하자 19석인 민주당·바른미래당·무소속 의원들이 7개 상임위원장 중 2개를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이밖에 비한국당 의원이 대거 진출한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한국당 의원들과 치열한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d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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