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독트린' 베를린구상 1년…가시권 들어온 한반도평화
"비현실적" 우려에도 '설마'가 현실로…남북회담·북미회담 '격동의 1년'
남북대화·비핵화·평화체제 등 '5대 기조·4대 제안' 차례로 눈앞에
北 비핵화 후속조치·평화협정·경제협력 등 남은 숙제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담은 '베를린구상'을 발표한 지 6일로 꼭 1년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6일 독일 순방 도중 옛 베를린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겠다"며 베를린구상을 천명했다.
발표 당시에는 실현 가능성을 두고 '설마'하며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후 1년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가 이어지고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논의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베를린구상의 내용도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 남북대화·비핵화…'5대 기조·4대 제안' 하나씩 현실로
문 대통령이 베를린구상을 처음 발표한 시점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다. 실제로 북한은 문 대통령의 발표 이틀 전인 지난해 7월 4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고,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평화적 해법을 근간으로 하는 베를린구상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기념사, 10·4 선언 10주년 기념사, 10월 31일 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베를린구상에 담긴 내용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기다렸다.
결국, 올해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의 해빙 기류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 북미정상회담으로 4·27 판문점선언과 6·12 센토사 합의가 도출되면서 문 대통령이 베를린구상에서 내놓은 제안 역시 차례차례 현실로 이어졌다.
베를린구상의 핵심 내용은 ▲ 한반도 평화추구 ▲ 한반도 비핵화 ▲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 ▲ 비정치적 교류협력 지속 등 5대 기조와 ▲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 ▲ 평창 '평화올림픽' 실현 ▲ 적대행위 상호 중단 ▲ 남북대화 재개 등 4대 제안으로 요약된다.
우선 5대 구상 가운데 '한반도 평화추구'의 경우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 '남북 간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명시했고, 북미 간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체제보장 제공을 약속하는 등 일부 진전을 이뤘다.
또 한반도 비핵화 역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판문점선언에서도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를 명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다'는 내용을 판문점선언에 명시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역시 한국 측의 구상을 북한에 전달하는 등 조금씩 진척되는 양상이며, 비정치적 교류협력 역시 남북 예술단 상호방문 공연, 통일농구 경기 개최 등으로 현실이 됐다.
4대 제안 역시 상당한 진전을 봤다.
남북대화 재개 제안은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세 차례 고위급회담 등 23차례 남북대화가 실시되면서 목표를 달성했고, 올해 가을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 제안 역시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는 합의로 연결됐고, 적대행위 상호중단 제안 또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방송·전단살포 중단이라는 형태로 실현됐다.
청와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올해 이뤄진 진전은 사실상 베를린구상의 이행 및 구체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확고한 당사자의 위상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 비핵화 후속조치·평화협정·경제협력…남은 숙제도 많아
이처럼 지난 1년간 베를린구상이 차례로 현실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5대 기조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의 경우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판문점선언과 센토사합의에 기반을 둔 후속조치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어떻게 실천할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구상 발표 당시 "남북합의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이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긴 했으나, 중국의 참여 여부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북경제협력 역시 주요 숙제로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구상 발표에서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겠다. 단절된 남북을 경제 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루겠다"며 "끊겼던 철도를 다시 잇고 남·북·러 가스관을 연결하는 등 동북아 협력사업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경제협력의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경제협력의 경우 현 상황에서 추진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남북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되, 대북제재와 관련한 사업은 우선 공동조사·연구 등 여건 조성을 위한 협력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및 DMZ(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2018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공동입장 등 판문점선언 내용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 및 합의 기반 확대, 국민 공감대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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