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1급정교사 연수 두고 "여름방학부터 vs 현황조사부터"

입력 2018-07-06 07:37
기간제 1급정교사 연수 두고 "여름방학부터 vs 현황조사부터"

기간제교사들은 "즉각 실시"…교육부는 "조사·협의가 먼저"

대법 판결 영향…4만4천여 기간제교사 연수대상은 2만명가량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대법원이 기간제교사도 자격을 충족하면 1급 정교사 자격을 부여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기간제 1급 정교사 연수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은 연수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한다.

교육부는 연수를 추진하겠지만 현황파악과 시·도 교육청과의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6일 초·중등교육법과 교육부 교원자격검정 실무편람 등을 보면 1급 정교사 취득자격 중 하나가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3년 이상 교육경력을 쌓은 뒤 일정한 재교육을 받은 경우'다.

이에 따라 각 교육청은 매해 1급 정교사 자격연수라는 재교육을 실시한다.

예산 등의 제약으로 한해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는 탓에 통상 교육청이 연수대상을 지명한다.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에는 2급 정교사로 일한 기간이 긴 사람부터 지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는 "연수대상자가 많아 제때 연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연수조건을 채우고 바로 연수받는 교사도 있지만 2~3년씩 기다리는 교사도 많다"고 말했다.

1급 정교사가 되면 호봉이 승급돼 급여가 오르기 때문에 연수를 늦게 받으면 교사에게 피해가 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기간제교사 차별 해소 및 채용제한의 고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기간제교사는 총 4만4천여명이며 이 가운데 1급 정교사 자격이 있는 교사는 2천503명(5.6%)에 그친다.

1급 정교사인 기간제교사는 대체로 정규교사 퇴직 후 기간제로 일하는 경우다.

고연령 기간제교사를 장기간 채용하는 일은 드문 현실을 고려하면 경력연수가 긴 기간제교사 대부분은 2급 자격만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력연수가 5년 이상인 기간제교사는 전체의 45.3%인 2만77명이다.

이들 중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년 이상 경력을 쌓아 연수 없이도 1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이들을 제외하면 2만명 내외가 잠재적 1급 연수대상으로 추산된다.

1급 연수 인원이 타 교육청에 견줘 많은 서울시교육청도 1년에 1천800명가량을 연수시키는 데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2만명 가량이 일시에 연수를 신청할 경우 혼란도 예상된다.

특히 교과별로 자격연수를 하는 중등교사의 경우 더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급 정교사 연수를 운영하는 서울교육청 교육연수원이 포화한 상황"이라며 "일부 교과 연수는 대학 등에 위탁해 실시하는데 방학 중 진행되다 보니 (대학들이) 잘 맡지 않으려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앞서 대법원은 교사자격제도 취지상 기간제교사도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교사자격증제도는 교원의 직무수행능력이나 자질을 향상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의 취지·성격을 고려하면 1급 자격 부여 대상이 정규교원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제교원도 현실적으로 담임교사직을 수행하는 등 정규교원과 별 차이 없이 근무한다"며 "일정 경력을 축적한 기간제교원도 직무수행능력이나 자질을 향상해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규교원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로) 교육부가 기간제교사들을 부당하게 차별해왔음이 확인됐다"며 "희망하는 교사는 여름방학부터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현황조사부터 하겠다"면서 "이번 여름방학부터 연수를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시기는) 교육청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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