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천 "모차르트가 천상의 음악?…여러 빛과 색 보여주고파"

입력 2018-07-05 18:36
윤홍천 "모차르트가 천상의 음악?…여러 빛과 색 보여주고파"

네 차례 걸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많은 사람의 모차르트 음악을 '순수함', '천상(天上)의 소리'로 바라보죠. 그런데 전 의견이 조금 달라요. 저는 모차르트 작품의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심지어 때가 묻은 모습까지도요."

피아니스트 윤홍천(36)이 오는 12일부터 올해 네 차례에 걸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금호아트홀 하반기 시리즈 '윤홍천, 친애하는 모차르트'에서다.

윤홍천은 눈에 띄는 콩쿠르 우승 이력 하나 없이 클래식 본고장 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연주자다. 지난 2013년부터 독일 음반사 욈스와 함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이기에 애호가들의 기대가 크다.

5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윤홍천은 "모차르트 음악이 지닌 여러 빛과 색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으로 활약하다 서른다섯 나이로 요절한 모차르트 곡은 보통 밝고 깨끗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유머 감각과 자유분방함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모차르트는 늘 아기자기하고 비슷비슷하다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홍천은 모차르트 음악에 흐르는 다양한 감정을 오랫동안 들여다봤다.

"사람들이 모차르트를 너무 한쪽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의 음악은 물론 천상의 세계를 닮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장난기 넘치고 굉장히 인간적이죠. 실수도 하고요. 어떤 곡은 드라마틱하고 어떤 곡은 슬퍼요."

그래서 그의 마음에 쏙 와 닿는 앨범도 찾기 어려웠다. 마음에 드는 앨범이 없어 "내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이었다. 이 음반들은 영국 클래식 전문잡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됐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온전히 자연스러운 모차르티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모차르트 삶에는 축복과 불행이 공존했다. "모차르트는 낙천적인 천재 작곡가였지만 동시에 혹독한 아버지 그늘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한 콤플렉스도 지니고 있었어요. 모차르트의 빛과 그림자가 고스란히 그 음악에 담겨있죠."

물론 그에겐 여전히 슈베르트나 슈만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고뇌와 슬픔을 그린 슈베르트의 감성이 저에게 더 편하게 느껴져요. 저도 늘 고민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거든요. 다만 슈베르트는 제가 나중에도 계속할 수 있는 곡이라면 모차르트는 지금 안 하면 놓치게 될 것 같아 도전했어요. 덕분에 저도 조금 밝아진 것 같고요.(웃음)"



조곤조곤한 말투, 베토벤 소나타 전곡보다는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선택한 그의 취향도 그의 음악 인생과 닮은 구석이 있다.

그는 사실 '영재'나 '콩쿠르 우승'으로 떠들썩하게 주목받은 연주자가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예원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14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16세 때 보스턴 유스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데뷔했다.

그러나 대형 콩쿠르에서는 번번이 1위를 놓쳤다. 슬럼프를 겪으며 미국을 떠나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수학했다. 2009년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 입상을 끝으로 콩쿠르 도전을 멈췄다. "남들 평가를 의식하며 얕게 여기저기를 두드리는 것보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부분에서 깊게 내려가 보고 싶었어요."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일이 더 잘 풀렸다. 2011년 한국 음악가 최초로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장관으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2년 빌헬름 켐프 재단 최연소·최초 동양인 이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는 한때 다른 연주자들의 '빛나는 이력 한 줄'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런 화려한 이력이 없다는 게 제 콤플렉스였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해 같은 연주자도 있고, 달 같은 연주자도 있고, 별 같은 연주자도 있잖아요. 한 번에 주목받는 것이 제 길이 아녔음을 이제는 알아요. 오히려 차근차근 돌아온 과정들이 더 연주 인생에 도움이 됐습니다."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관객들이 들어차고 유명 음반사에서 음반을 내는 것 등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믿기도 했죠. 이제는 그런 가치를 좇진 않습니다. 이제는 커리어를 위한 연주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연주를 더 중요하게 느껴요. 이번 연주회 역시 그러한 기준으로 꾸몄습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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